"기름 훔치려고 했는데…" 속닥속닥, 4년 만에 절도 미수범 구속

입력 2015-09-23 01:00:05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다 불이 나 미수에 그친 절도범이 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2일 지하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특수절도미수)로 A(54) 씨를 구속하고 잠적한 B(44) 씨를 쫓고 있다. 또 다른 공범 C(52) 씨는 다른 범죄에 연루돼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2월 6일 오후 2시쯤 경주의 한 포도밭 아래 묻힌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2m짜리 호스를 연결해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은 송유관을 뚫는 역할을 맡은 B씨가 몸에 기름이 묻은 것을 잊은 채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켜는 순간 옷에 불이 옮아붙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B씨가 팔과 다리에 3도 화상을 입자 서둘러 경주의 한 병원에 입원시켰다.

영원히 묻힐 뻔하던 범행이 드러난 데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C씨의 공(?)이 컸다.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올 1월 구속된 C씨는 교도소에서 동료에게 과거 기름 절도 미수 사건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범행을 전해 들은 교도소 관계자가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A씨가 성주의 한 야산에 훔친 기름을 저장하기 위해 물탱크도 마련했다"는 C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직접 야산을 찾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산에서 물탱크를 찾았지만 기름이 들어 있지는 않았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C씨의 진술에 일관성 있어 구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B씨를 잡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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