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악마를 보았다

입력 2015-09-22 07:51:05

악마를 보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실시간으로 뉴스와 SNS를 통해 보게 됩니다. 좋은 뉴스보다 보고 싶지 않은 뉴스가 많은 세상에 살다 보니, 자꾸 뉴스의 제목을 먼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려 보게 됩니다.

요즘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시리아 사람들의 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시리아는 오래된 내전과 IS의 세력화로 인구 절반이 죽거나 난민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나라입니다. 고향을 떠나 살기 위해 스스로 난민의 처지가 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살아남은 가족들을 안고, 힘든 길을 정처 없이 걷는 그들의 처지가 상상이나 될까요? 그런데 얼마 전 뉴스로 믿지 못할 광경들을 보았습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국경을 넘어 경찰을 피해 도망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한 카메라 기자가 아이를 업은 한 아버지를 걷어차 넘어뜨린 것이었습니다. 카메라 기자는 자신을 보호할 목적이었다는 궁색한 해명을 하였으나, 아이를 업은 아버지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아이들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장면은 그 카메라 기자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또 다른 한 장의 뉴스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 뉴스는 하루 종일 저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엔 보트를 타고 국경을 넘는 난민의 길로 나섰다가 배가 뒤집혀 버렸습니다. 얼마 후 세 살배기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파도에 떠밀려왔습니다.

난민들의 잔혹한 실상을 보여주는 뉴스였습니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저와 비슷한 슬픔과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욱 믿지 못할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프랑스의 한 주간지가 전 세계를 울린 이 시리아 난민 꼬마의 주검을 조롱하는 만평을 게재한 것이었습니다.

지구 건너편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인 슬픔을 겪었습니다. 눈앞에서 자식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침몰에 대한 진실 규명을 원하는 것은, 남은 가족에게는 당연한 물음일 텐데, 유가족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국가가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악마는 그곳에도 나타났습니다. 단식으로 죽어가는 부모 바로 앞에서 치킨과 같은 먹을 것들을 펼쳐놓고 조롱하는 악마들도 보았습니다. 과연 이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일까요?

악마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합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입니다. 미완성의 존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방황하는 숙명적인 존재라는 것이 인간의 악마성을 설명할 때 약간의 위안이 될까요? 다행히 악마성을 보이며 동시에 끊임없이 선을 창조해 내려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인류는 가치와 존재를 유지하고 있나 봅니다. 따뜻한 인간적 바라봄이 좀 더 필요한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치유받지 못할 슬픔은 없다는 학습의 효과를 믿고 싶습니다.

극단 시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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