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슈] 김해공항 활주로 부족 매년 관광수입 1600억 손해

입력 2015-09-22 01:00:08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를 맞아 정치권 안팎으로 신공항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문제점과 밀양에 유치하려는 지역의 염원에 도움이 되는 사실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천공항 국제선 몰아주기 너무 심하다"

지난 14일 열린 국토교통부 산하 공항 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인천공항 몰아주기가 너무 심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영남권을 비롯한 남부지역 주민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면 소비자 후생과 효율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끌었다. 김해~싱가포르 노선을 사례로 든 한 국회의원에 따르면 김해공항과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직항로가 없다 보니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한 뒤 다시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체크인과 보안검색을 거쳐 싱가포르로 출국하는데, 김해공항에서 싱가포르 도착까지 10~11시간이 소요되고, 항공료는 66만2천200~73만2천20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건너가 싱가포르행 비행기로 환승하면 8시간 5분이 소요되고 항공료는 46만3천100원에 불과하다.

그는 "인천공항으로 국제선 노선을 몰아주다 보니 피크시간인 오전 9~11시 사이 인천공항 활주로는 포화된 반면 김포공항은 여유가 있다"면서 "수도 서울에 위치한 김포공항이 피크시간에 활주로를 쉬게 하는 것은 항공 시장 전체의 효율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낭비"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들은 "인천공항이 지방공항으로 넘겨줘야 할 노선까지 다 먹고 있다" "인천공항 단일 허브공항 체제에 따라 영남권 수요자가 수도권에 접근하는 비용이 3천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지방공항은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내 3대 공항 지연운항 매년 증가…김해 2년새 45%↑

기존 지방공항의 문제점이 속출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편의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국내의 새로운 허브공항 건설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기존 공항 체계의 문제점으로 관광수입 손해가 제기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김해공항을 취항하는 여객기는 늘지만 활주로 용량 부족으로 항공편이 증가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매년 1천600억원 가량의 관광 수입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남권 공항 시스템으로는 김해공항의 한계 탓에 매년 60만 명의 수요 억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연구'를 보더라도 김해공항 활주로 부족 현상으로 2020년 연간 300만 명, 2025년 연간 650만 명의 항공수요가 억제된다.

현재 공항 체계의 또 다른 문제는 국내 3대 공항에서 항공기 지연운항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의 '전국 공항 항공기 지연 현황'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3대 공항에서 항공기 지연운항이 해마다 증가했다.

김포공항은 2012년 4천107건, 2013년 5천948건에서 지난해 8천264건으로, 2012년보다 4천157건(101%)이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6천406건의 지연운항이 발생했다.

김해공항 역시 2012년 1천867건, 2013년 1천954건, 지난해 2천717건으로, 2012년보다 850건(45%)이 늘어났다. 특히 올해 8월까지 3천108건으로, 이미 지난해 지연운항 건수를 넘어섰다.

제주공항은 2012년 6천233건, 2013년 8천482건에서 지난해 1만3천489건으로, 2012년보다 7천256건(116%)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영남에 공항 2개 짓자고? 정부도 국민도 용인 안 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지사가 참석한 대담에서 '활주로 1개짜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다 김기현 울산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로부터 반박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 시장은 18일 KBS부산총국에서 김 시장과 홍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특별대담 '동남권 미래를 말한다'에서 "(부산이 바라는 공항은) 24시간 운행 가능한 안전한 공항이다. 그래서 바닷가에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덕도에 활주로 1개짜리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대구경북을 위한 공항 건설이나 이에 상응하는 대체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 시장은 이어 "경남과 울산은 느긋한 입장이지만 부산은 매우 다급하다"며 "제 정치적 판단으로 부산 시민, 대구경북 시도민 간 잠재된 갈등은 이미 합리적 의사결정 수준을 넘었다"며 "(지역 간) 갈등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정무적으로 슬기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국제공항은 국가가 백년대계를 보고 건설하는 것이다. 경남은 정부의 판단에 일임하고 우리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영남에 공항 2개를 건설하는 것을) 정부서 용인하겠나. 국민이 용인 안 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시장도 "국제공항을 비슷한 인근 영남 지역에 2개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홍 지사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