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동 3.3㎡ 당 2천만원대, 66㎡ 미만 물량 아예 없어
'비(非)수성구, 마인드부터 버리세요!'
대구 수성구로 이사를 계획하던 직장인 김모(47'달서구 상인동) 씨는 지난주 부인과 함께 한 부동산 사무실을 찾았다 적잖이 기분이 상했다. 아파트 가격대와 규모, 방향 등 꼼꼼히 기록해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자 사무실 직원이 대뜸 "수성구에서 아파트를 얻으려면 우선 그런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며 짜증 섞인 말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공인중개소를 방문해도 답변은 같았다. 김 씨는 "공인중개사마다 수성구엔 물량이 모자란다며 닥치는 대로 구매하라고 재촉했다"고 푸념했다.
수성구 아파트 진입 장벽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데다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성구 중에도 노른자로 통하는 범어동 일부 아파트는 3.3㎡당 아파트 값이 2천만원 턱밑까지 도달하는 등 주거 약자들에겐 난공불락이다.
분양대행사 리코씨앤디에 따르면 수성구에는 10년간 아파트 공급이 끊겼다. 2013년부터 겨우 수성1가 롯데캐슬과 범어동 e편한세상, 만촌동 화성파크드림 등이 분양에 나서 공급 가뭄을 다소 해소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한 해 평균 30% 가까이 오르면서 '고가(高價) 진입장벽'이 새로 생겼다. 입주가 진행 중인 수성1가 롯데캐슬은 2013년 분양 당시보다 시세가 1억원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성구는 대구 8학군이라 불릴 정도로 교육 때문에 인기가 높은 곳"이라며 "2년 전부터 공급이 드문드문 이뤄지기는 했지만 최근 가격이 폭등해 진입이 쉽잖다"고 했다.
특히 수성구 범어동은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혼부부 등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계층은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에 따르면 범어동에서 분양 면적 66~99㎡ 아파트는 10년간(2013년 기준) 전체 공급물량 7천476가구의 2%(109가구)에 그쳤다. 특히 66㎡ 미만은 아예 없다. 중산층이 선호하는 99~132㎡ 평형도 25%(2천48가구) 수준이다.
수성구 아파트 가뭄과 높은 가격은 '수성구 마인드'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한다. 다른 대형 택지개발지구와 달리 수성구에서 입맛에 꼭 맞는 아파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분양 전문가들은 "수성구 아파트는 대부분 오래됐거나 재건축을 거치더라도 여건상 정남향이나 판상형 구조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수성구는 학군 등 주거의 중요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주거 만족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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