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해도 연애가 하고 싶다, 혼외연애/가메야마 사나에 지음, 이선희 옮김/창해 펴냄
1980년대 거품 경제가 활개를 치던 일본에는 '애인 뱅크'란 게 있었다. 유부남에게 애인을 알선해주는 업체였다. 저자의 친구도 이 회사에 등록해 돈 많은 유부남을 만나 화려한 삶을 살았다. 이후 거품이 꺼지고 일본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남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졌으니 혼외연애도 시들었을까. 천만에. 불황이 주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사람들은 연애에 매달렸다. 그렇다. 혼외연애는 삶에 여유가 있을 때 누리는 여가나 취미인 경우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치관의 변화가 만든 행복 추구의 방식이다. 그러니까, 사는 게 어려워져도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애타게 찾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되살리고 행복하면 될 일 아닌가. 이게 쉽지 않은 일이고, 변화한 가치관에 따르면 굳이 울타리 안에 얽매일 일도 아니다. 가령 이전까지는 현모양처로 사는 것이 여성의 행복이었다면, 이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진심으로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도 여성이 행복할 수 있는 한 방법인 시대가 됐다. 이 말 한마디로 함축할 수 있다. "결혼은 연애의 연장선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낡은 가치관에 얽매여 결혼한 뒤, 새로운 가치관 속에서 살다가 자신이 꿈꾸던 인생과 다른 삶에 실망하고 있다. 그래서 기혼자들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데, 혼외연애가 대표적인 경로다.
이쯤에서 이 책이 말하려 하는 핵심이 드러난다. 이 책은 혼외연애를 권장하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혼외연애는 분명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이에 대해 옳다 그르다는 이분법을 떠나 깊숙이 접근해본다. 우리 사회의 연애, 결혼, 성 문제 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235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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