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 내놔" 포항 선린병원 소송 넘친다

병원부도로 직원 대거 퇴직, 임금체불 민사소송 30여 건

포항 선린병원이 부도 처리(본지 지난 8월 26일 자 8면 보도 등) 이후 각종 송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병원 부도로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직원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이들이 그간 밀린 임금을 내놓으라며 단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따르면 현재 선린병원과 관련된 송사는 30여 건이 넘는다. 대부분 임금체불과 관련된 민사소송이다. 아울러 선린병원은 지난달 3일 최종 부도를 선언한 후 현재 법원에서 회생 심의가 진행 중이다.

선린병원에 따르면 경영 위기 이후 퇴직했거나 퇴직 의사를 밝힌 인원은 모두 460여 명. 평소 전체 직원 760여 명(선린병원 620여 명, 선린재활요양병원 140여 명)의 60%에 달하는 숫자다. 이들은 모두 병원 경영의 어려움으로 퇴직 전까지 최소 2~4개월씩 임금을 받지 못한데다, 퇴직금마저 밀린 상황이어서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을 고발해도 강제성이 적기 때문에 민사로 해결하려는 인원이 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신규 사건의 10% 이상이 선린병원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선린병원 일을 처리하느라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한편, 1953년 6월 개원해 62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선린병원은 일부 경영진의 횡령 등 부실한 병원경영으로 인해 쇠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최종 부도 처리됐다. 병원 측은 부도 처리를 발표하면서 체불임금 및 퇴직금 47억7천여만원, 외상 매입금 92억3천여만원, 금융부채 460억여원 등 총 600억원의 채무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생 심리를 진행 중인 법원에서는 정확한 채무 집계를 위한 회계 조사를 펼칠 경우 분식회계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빚이 더 나올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총체적인 위기 속에서도 병원 내부에서는 법정관리를 희망하는 측과 재활병원 등 부속기관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희망하는 측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며 회생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정관리와 관련, 찬성 측은 "법정관리를 통해야만 병원 경영진에 휘둘리지 않고 병원을 회생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반대 측에서는 "현재 이사회 등이 병원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계속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기관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직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