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학연 20년]<2>성과 낸 우수 기업 사례

입력 2015-09-17 01:00:05

해외 개척…지역 넘어 세계 기업과 경쟁

14일 보국전자 연구소 직원들이 전열매트 온도제어기 작동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14일 보국전자 연구소 직원들이 전열매트 온도제어기 작동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대구시 산하 연구기관, 경북대학교와의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긍정적 성과를 낸 기업들이 지역을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섰다. 보국전자와 엔유씨전자, 덴티스 등은 전문가들의 도움 덕분에 신제품 개발과 해외 수출 개척을 쉽게 해냈다고 설명했다.

◆보국전자, 온수매트 보일러와 슬림형 온수매트 개발 성공

온열침구, 제습기 등 가정용 전자'전기제품 전문기업 보국전자(대표 이완수)는 2010년 산학협력을 계기로 디자인'품질이 뛰어난 온수매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보국전자는 다른 기업에 위탁 생산하던 온수매트 보일러를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 단가를 절감하고 자사 정체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개선한다는 목표였다. 디자인과 부품구조 설계에 미숙했던 보국전자는 대구시 스타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담당인 박길환 경북대 산학협력사업단 교수는 대학이 보유한 3D 스캐너로 보일러 내부 부품을 스캔한 뒤 새로운 외관에 맞춰 내부 가상 설계를 마쳤다. 개발에서부터 견본 생산, 양산에 드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절감했다.

2년 뒤 슬림형 온수매트를 새로이 개발하고자 재차 박 교수의 자문을 얻고 있다. 박 교수는 수압'체중을 견딜 수 있는 원단과, 미세한 물길만 남기고 원단을 붙여 줄 초음파 압착 방식을 추천했다. 이후 이 회사의 온수매트 제품군 연매출은 2010년 8억원에서 지난해 연 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온열침구 매출(연 160억원)의 25% 비중을 차지하는 효자상품이 된 것. 손영우 보국전자 차장은 "외부 전문가의 손길 덕분에 시행착오도 줄이고 불필요한 지출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 참가 횟수 늘리며 외국 바이어에게 눈도장 받은 엔유씨전자

녹즙기, 원액기 등 주방용 소형가전 전문기업 엔유씨전자(회장 김종부)는 산학연 협력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 2007년 당시만 해도 수출 비중이 20% 미만인 내수 특화기업이었다. 한번에 2억~3억원씩 들여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도 바이어를 사로잡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대구시 스타기업 육성사업에 지원, 박길환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박 교수는 해외전시회 참가 노하우와 외국기업 대상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또 대구시, 대구테크노파크의 각종 해외전시 지원사업에 신청할 것을 추천했다. 손창현 경북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소개해 모터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없애는 기술도 알려줬다.

엔유씨전자는 이후 4년 동안 각종 해외 전시회에 참가할 때마다 대규모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제품 기술력을 갖췄던 만큼 약간의 외관 개선만으로도 효과가 금세 나타났다. 그 결과 엔유씨전자는 2007년 직원 100명, 연매출 24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해외 4개 지사(중국'독일'미국'일본)를 보유한 직원 400명, 연매출 730억원 규모의 수출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김경남 엔유씨전자 경영본부장은 "어른들의 삶은 아무리 봐도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깨치지 못한다, 산학협력단은 어른의 눈높이에서 어리고 경험 없는 지역 중소기업에 경험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치의료 제품 전문 신생업체 덴티스, 마케팅 '넘사벽' 넘다

2005년 설립해 치의료용 임플란트 제품을 생산하던 덴티스(심기봉)에 해외 마케팅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국내외 치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장에 수차례 방문해 제품을 홍보했으나 임직원 평균 연령 35세, 지역 기반 신생기업이 기성 의료인'기업들의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2007년 경북대 산학협력사업단을 찾았는데 최철환 산학협력사업단 교수가 버팀목이 돼 줬다. 최 교수는 대구 한 동영상 제작업체를 소개하며 덴티스 제품과 기업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도록 기업 소개 영상을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산학연 예산 가운데 전시'홍보 예산을 신청해 자금 지원을 도왔다. 전시회 1회 참가 시 1천500만원 상당의 부스 설치비를 지원받았고, 치의료인 세미나장 주변에서도 자사 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 소개했다.

효과는 뛰어났다. 바이어 앞에서 동영상 한 번 재생하는 것만으로 수주 문의가 밀려들었다. 제품을 시연해 본 바이어와 의료인들 또한 '제품의 우수성을 체감했다'는 반응이었다.

덴티스는 창립 초기인 2007년 매출 72억원, 직원 63명에서 2011년 연매출 187억원, 직원 137명인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규모가 커진 것을 계기로 치의료용 3D프린터도 개발,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차주완 덴티스 팀장은 "산학연 협력이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 확률을 낮췄다"며 "경험이 부족한 기업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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