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법인 삼성 라이온즈, 동급 계열사 밑으로 가나

입력 2015-09-17 01:00:05

제일기획 산하 편입설 "프로야구 발전 역행"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부부.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가면 김재열 사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로, 김 사장은 이 회장의 둘째 사위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부부.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가면 김재열 사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로, 김 사장은 이 회장의 둘째 사위다.

삼성 라이온즈가 삼성그룹 내 제일기획에 인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대구경북지역 프로야구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의 유일한 삼성그룹 계열사인 야구단이 독립적인 계열사 지위를 상실하고,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된다면 프로야구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 기여에 오히려 역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제일기획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야구단 인수는 검토 초기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나 제일기획 실무진에서도 구체적 진행 상황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스포츠계에서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제일기획의 삼성 라이온즈 인수는 그룹 스포츠 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프로 스포츠 부문을 종합 마케팅기업인 제일기획 산하에 모두 모아 비즈니스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는 포석이다. 제일기획은 이미 프로축구(남자)'프로농구(남녀)'프로배구(남자) 구단을 넘겨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라이온즈도 올 시즌이 끝난 뒤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없이는 통합 마케팅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인수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야구단으로서는 이 같은 소식이 달가울 리 없다. 그동안 동등한 위치에 있다가 자회사가 된다면 위상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는 그룹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한다.

일각에서는 독립채산제로 운용되는 삼성 라이온즈의 외형이 커 제일기획이 떠안기는 어려울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작성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라이온즈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511억원에 영업손실 176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야구단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에서 지금처럼 홍보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으면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 라이온즈라는 주식회사가 제일기획 계열사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단의 운영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일 것'이란 KBO의 규약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일기획의 야구단 인수 목적이 마케팅 강화를 통한 새로운 수익창출로 예상되면서 구단 운영은 긴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수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던 모습은 최근 볼 수 없었지만, 자체 자유계약선수(FA)마저도 붙잡지 않을 개연성은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이승엽'박석민, 내년에 최형우'차우찬이 FA 자격을 얻는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제일기획이 영업이익 확대에만 매달리면서 연고지 공헌에 소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은 앞서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삼성증권 테니스단 등 비인기 종목의 선수단 해체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새 야구장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할지 의문스럽다. 돈벌이를 위해 입장료만 올리는 게 아니냐"는 등의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편 삼성 라이온즈의 최대 주주는 지분 27.5%를 가진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새 야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건설과 관련해 대구시와 2013년 체결한 '야구장 사용 및 수익허가 계약'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밖에 삼성SDI(15%), CJ제일제당(15%), 신세계(14.5%) 등도 1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어 제일기획이 CJ'신세계 지분을 순조롭게 인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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