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받은 생명의 肝…평생 갚아도 모자라요"
남경민(48) 씨는 최근 딸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 딸이 부모의 만류에도 자신에게 간 이식수술을 해줬기 때문이다. 남 씨는 딸 덕분에 앞으로의 삶이 덤으로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또 아빠를 위해 용기를 낸 딸을 보면서 이제 자신도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한다.
"아빠로서 해준 것도 없는데 목숨을 걸고 수술대에 누운 딸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요. 제게 주어진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삶은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살 거예요."
◆과로로 망가져 간 몸
전라북도 무주가 고향인 남 씨는 중학교 졸업 후 혈혈단신으로 대구에 왔다. 당시 건설 경기가 좋았던 대구에서 기술을 배워 자리를 잡고 싶어 무작정 이곳으로 향했다. 남 씨는 직업학교에서 건축물 철거, 배관 수리 등 각종 기술을 배웠다. 졸업 후에는 돈벌이가 되든 안 되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30대 초반에는 작은 철거전문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명함도 갖게 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점차 상황이 변했다. 거래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어렵게 일감을 찾아 작업을 마무리하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남 씨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자신이 직접 모든 일을 도맡았다. 인건비라도 아껴 수익을 내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남 씨의 노력에도 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구경북 곳곳을 다니며 배관공, 일용직 근로자로 밤낮없이 일했지만 형편은 항상 그대로였어요. 추운 날씨에 공사가 없을 때는 몇 개월간 수입이 하나도 없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사이 남 씨는 아내와도 헤어졌다. 7년 전 딸과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살았어도 남 씨는 항상 친근하고 다정한 아빠였다. 아이들은 전화나 문자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남 씨는 방학만 되면 자녀를 바닷가, 놀이동산 등으로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밤낮없이 일했던 남 씨의 몸은 점차 망가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간염을 앓았던 남 씨는 과로 때문에 어느새 간경화로까지 병세가 악화됐다.
"할아버지, 어머니가 간경화를 앓았던 집안 내력이 있어 몸을 혹사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몸을 아꼈으면 딸에게 미안할 일도 없었을 텐데 지금은 많이 후회가 돼요."
◆수술은 성공했지만…
남 씨는 얼마 전 몸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일주일새 갑자기 얼굴이 노래지고 눈에는 황달이 왔기 때문이다. 병원 검사를 마친 남 씨는 의료진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간경화가 간암으로 진행돼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간염, 간경화로 간이 모두 망가진 상태라 치료로는 절대 차도가 없다고 했다. 남 씨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간 이식뿐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딸은 자신의 간을 선뜻 내주겠다고 나섰다. 친척까지 나서 만류했지만 딸은 한결같았다. '가족은 어차피 한몸인데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집안 어른들을 설득시키기도 했다. 간 이식을 위한 최종결정까지 2주일도 채 안 됐던 시간 동안 딸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함이 없었다.
아빠와 딸의 14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남 씨는 마음 편히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수술비, 입원비 등으로 3천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치료비 대부분을 지인, 제2금융권 등에서 빌린 돈으로 마련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또 이식수술 후 최소 2년간은 절대 안정을 취하며 항암치료와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해 당분간은 생활비 마련도 급한 상황이다.
"이미 딸에게 제가 평생 받을 수 있는 도움을 다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질 때가 있어요.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면 이제는 제가 딸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안식처가 돼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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