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라시아경제연합' 南下
유럽 'EU동부파트너십정책' 東進
중국 '일대일로 중앙亞 경영' 西進
대륙 요충지 중앙亞 거대게임 벌어져
헬스케어 대표단을 모시고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갔었다. 얼마 전까지 이웃나라에 근무하며 들락날락했던 곳이라 친근한 마음이 앞섰다. 사뭇 청량한 가을 하늘은 방문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도시 위로 만년설을 업은 천산 봉우리들은 이국적 풍취를 쏟아낸다. 오늘은 고층 유리건물이며 고급 자동차들로 땅을 메우지만, 여기가 바로 실크로드 북방의 스텝(Steppe)의 길, 초원로(草原路)의 종심(縱深)이 아니던가. 또 누군가는 '세계의 심장'이라 고함치지 않았던가!
알마티(Almaty)는 카자흐 말로 '사과(Alma)가 많은 곳(Ty)'이란 의미란다. 소련시절에는 알마아타(Alma-Ata)라고 지칭했었는데, 러시아인들이 여기를 정복하며 카자흐 말을 대충 듣고서 기록하는 바람에 그간 사과(Alma)-아비(Ata)가 되었단다. 그나마 '사과의 고장'이란 뜻만은 살아남았기에 1990년 대구와도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교류하고 있다. 그런 중에 유목민족이 풀을 찾아 40여 일마다 이동하며 2시간 이내에 조립해체하고 낙타 2마리의 짐 분량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거천막, 기이즈위(카자흐 말로 '羊毛(양모)집'이란 뜻, 지역에 따라 게르 또는 유르트라고도 함)와, 또 기원전 5~4세기 사카족 고분에서 발굴된 4천여 개 황금 조각의 망토와 갑옷을 입은 황금 인간(Goldman), 기마전사가 대구에서 전시되기도 했었다.
알마티 천산 자락은 또 유명한 게 많다. 그 첫째가 사과라는데, 알마티 주변의 야생사과가 흐르고 흘러 동쪽으로 한반도까지 전래되었다고 하고, 그 둘째로 튤립이라, 이것도 서쪽으로 흘러 오늘날 네덜란드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원산지 튤립은 사라지다시피 하고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많이 수입한다고 아쉬움을 표한다. 그뿐 아니다. 기이즈위를 조립할 때, 환풍구 역할을 하는 천장의 중앙 꼭대기 '샹그락'은 하늘에 맞닿았으니 남자들만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샹그락을 올린다"는 표현은 독립된 유르트를 가지게 된다는 뜻으로 "장가를 간다"는 뜻이란다. 그런 기이즈위임에도 그 지적소유권은 미국인이 가지고 있다고, 또 유목인들이 나면서부터 입에 적셔왔던 마유주(馬乳酒)에 대한 특허도 독일인이 소유하고 있단다. 이러다 대한민국 경북-대구에서 사과까지 수입해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농담을 한다.
그 중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상은 목하 '유라시아 통합'의 방향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한 덩어리로, 하나의 시장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서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의 확대로 남하(南下)하며 지경을 넓혀가고 있고, 이에 맞선 구주연합도 EU동부파트너십정책으로 천산을 향해 동진(東進)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중앙아시아 경영을 위해 서진(西進)을 계속하고 있다.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몽(中國夢)의 발현에는 항전기념 70주년 전승절에 중앙아시아 국가수반들을 줄줄이 천안문 성루에 임석(臨席)시키고 있음을 본다. 과거 대륙의 요충지였던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거대게임(A New Great Game)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점심으로 먹은 베스빨막('다섯손가락'이란 뜻으로 양고기 삶은 국물에 듬뿍 수제비까지 넣은 토속음식)의 뒤끝에 감탄하며 천산 심불락으로 향했다. 스키 케이블카를 세 번이나 갈아타며 3,200m 탈가르 고개에 오르니 벌써 눈발이 비치는 게 아닌가. 저 아래 빼곡한 텐산트리들, 사이사이에 난 길들을 내려보니 말과 낙타가 어우러진 대상(隊商)의 무리가 가쁜 숨을 내쉬며 산을 타는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하다. 지금 경주에서는 실크로드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저 먼 서역의 땅, 카스피해, 아랄해 쪽에서 초원을 누비며 이동한 스키타이들이 한반도 남쪽에 가야를 세우고, 결국은 금성(慶州)의 신라까지 이끌었다는 동서 교류의 생생한 증거, 바로 이 땅의 역사가 그 흥을 더욱 돋우지 않을까.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