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위해 일일 셰프가 되기로 작정
막상 해보니 요리가 참 어렵고 힘들어
요리는 다른 재료 섞어 재창조하는 것
인재 모아 최고 성과 내는 경영과 비슷
요즘 '먹방'과 '쿡방'이 대세라고 한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고,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이런 먹방과 쿡방이 한 번쯤은 눈에 띌 정도로 다양한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에 얽힌 역사까지 알려주니,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어 요리를 잘 할 줄 모르는 나도 종종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도 웬만한 음식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지난주말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들을 위한 일일 셰프가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에게 직접 맛난 밥 한 끼를 해 먹이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이었다. 메뉴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로 정했다. 집에 있는 재료보다는 싱싱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아침 일찍 시장에 갔다. 애호박, 당근, 피망, 버섯, 두부 등등 메모지에 빼곡히 적어간 재료들을 다 사고 나니 두 손이 든든해졌다. 집에 돌아와 어설픈 솜씨로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런데 배고프다고 칭얼대던 손주 녀석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맛보며 한 말은,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게 훨씬 더 맛있어"였다. 내심 서운했지만, 사실 내가 맛을 보아도 영 아니었다. 내 딴에는 비싸고 좋은 재료들로 사오긴 했는데 손질도 잘 못하고, 간도 못 맞추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요리'가 참 어렵고 힘들다는 걸 몸으로 체험한 날이었다.
그러고 보면 경영이라는 것도 요리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재료들의 융합으로 재창조되는 것이 요리다. 여러 재료를 사용해 만들되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조합해 또 다른 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 능력이 다른 여러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팀을 이루고, 업무를 수행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은행장 시절, 신사업 구상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마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직원들이 조합되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경영자가 곧 셰프인 셈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조리하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맛의 음식을 만들 듯,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직원들이 있다 해도 경영자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다면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요리는 하나의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미각과 후각뿐만 아니라 시각으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프는 늘 더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팅을 통해 완성된 요리를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방법까지도 연구를 거듭한다. 기업의 경영자 역시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비전과 경영 목표, 경영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된 제품(서비스)이 고객에게 소비되는 순간까지도 관심을 기울여 고객의 니즈가 100% 충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고, 각각의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듯,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이렇게 경영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은행장 시절에는 그래도 꽤 근사한 셰프였던 것 같은데, 우리 손주 녀석한테는 할아버지가 그저 초보 요리사였던 것 같다. 다음에 올 때는 엄지손가락을 척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맛난 요리를 만들어 명예 회복을 해볼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는 집사람에게 다시 한 번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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