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인 2016 브라질 올림픽이 3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내년 8월 5일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개막해 17일간 이어진다. 한국은 2004 아테네'2008 베이징'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4회 연속 '톱 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을 개최했던 브라질로서는 다시 한 번 지구촌의 주목을 받을 좋은 기회다. 하지만 민심은 월드컵 당시 기자가 현지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빠진 모양이다. 경제난에다 정치적 불안까지 확대되면서다.
며칠 전 식사 모임에서 내년 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더니 한 후배가 뜬금없이 "브라질이란 말만 들어도 괴롭다"고 했다. 그가 '축구 광팬'이라서, 졸전으로만 기억되는 지난해 월드컵 대표팀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애틋한 첫사랑이 지구 대척점의 먼 이국으로 이민 간 것도 물론 아니다.
증권사에 다니는 그 후배의 '브라질 트라우마'는 미안함 때문이다. 자신의 권유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고객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데 대한 책임감이다. 높은 금리 덕분에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원성만 사고 있다.
후배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브라질 채권 실적은 '불완전 판매'가 아니었을까 싶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장점만 강조하고,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은 충분히 알리지 않았을 수 있다. '브릭스'(BRICs) 국가로 각광받았던 브라질 경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많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삶에서 불완전한 게 어디 이뿐이랴.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가진 경제적 합리성에 주목해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 부르지만 비합리적 의사 결정은 흔하디 흔하다. 감춰진 이면을 들여다볼 능력이 없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는 탓이다.
내년에 문을 여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자체 부담분 956억원의 37%인 350억원을 채권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은 운영권의 일부인 광고권만으로도 엄청난 금액을 벌 수 있게 됐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집주인' 대구시는 시민들의 세금 부담만 잔뜩 늘린 반면 '세입자' 삼성은 노다지를 캐는 꼴이다.
이 땅의 세입자라면 누구나 누려보고 싶을 '대박 계약'은 대구시의 근시안적 행정에서 비롯됐다. 대구스타디움처럼 해마다 관리 비용으로 수십억원을 쏟아붓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대신 그 비용을 프로 구단에 맡기기 위한 당근으로 모든 수익 권한을 삼성에 넘겨줬다. 이를 근거로 대구시와 삼성은 결코 특혜가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대구시가 "프로 구단의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하는 이 계약은 어찌 됐든 간에 삼성의 '횡재'로 귀결될 모양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외부 업체와의 광고권 계약에서 제외한 자체 광고 판매액까지 더하면 광고권으로만 연간 100억원을 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입장료 수입, 상업시설 임대료 등을 합치면 삼성으로서는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안정적 수익원)를 뜻하지 않게 확보한 셈이다.
대구시의 안일한 판단 덕분에 졸지에 '현명한 투자자'가 된 삼성이 콧노래만 불러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한 열성적인 응원을 끊임없이 보내줄 대구시민들에게 보답할 방도를 찾는 게 도리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가운데 한 명인 이나모리 가즈오(83) 교세라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대얏물의 원리'가 필요하다.
"대야에 들어 있는 물은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반대쪽으로 밀어내면 자기 쪽으로 흘러온다. 고객이나 사회에 기쁨을 주려고 노력하면 그것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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