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8>파탄 위기의 지방 행정

입력 2015-09-11 02:00:04

20년간 거꾸로 간 재정자립…63.5%→44.8%

지방자치제가 성년을 맞았지만 지방재정 확충 없이는 온전한 자치제는 요원하다. 지난 8월 12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지방자치제가 성년을 맞았지만 지방재정 확충 없이는 온전한 자치제는 요원하다. 지난 8월 12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새누리당-대구시 당정협의회'. 매일신문 DB

성년(20년)을 넘긴 지방자치제도가 재정 측면에서 가장 취약하다. 기초단체장들과 예산 담당 지방공무원들은 "이대로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재정은 자주재원과 의존재원으로 이뤄진다. 자주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거둬들이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의존재원은 중앙으로부터 지원받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재정보조금, 조정교부금과 지방채 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지방세의 비율이 고작 20%대에 불과하고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더욱이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조세법률주의'라는 명목하에 자체적인 조세제도를 꾸릴 수도 없다. 급기야 최근에는 막대한 채무로 인해 재정 위기에 놓인 대구'인천'부산시와 태백시 등 지자체 4곳이 '예비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됐다. 이들 4개 지자체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넘어 '주의' 등급보다 심각하다. 지난 2011년 재정위기관리제도가 도입된 '주의' 등급 이하 지자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악화 일로의 지방재정

지방재정의 문제점은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 비율이 4대 6 임에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의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 20년 동안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63.5%(1995년)에서 44.8%(2014년)로 추락했다.

현재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기초단체가 전체 95%에 달하고 35%는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치단체로서는 부족한 재원을 중앙에 의존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자체수입으로는 직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전국 243개 가운데 3분의 1인 78곳이나 됐다. 주목되는 점은 작년과 비교해 보면 38개에서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경북은 23곳 가운데 15곳, 전남은 22곳 가운데 15곳이나 됐다. 전북은 14곳 가운데 10곳, 경남은 18곳 가운데 9곳, 강원은 18곳 가운데 8곳이 문제 지역으로 꼽혔다. 작년과 비교해 경북 9곳, 경남 8곳, 전남 4곳, 전북 4곳이 늘었다.

진 의원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 지역경제기반 약화가 세입 기반을 잠식하고, 세출 측면에선 지방교부세 증가는 지지부진한 반면 국고보조사업 부담은 급증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세입 기반은 주로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인구유출과 부동산 경기 악화, 부자감세 모두 지자체 차원에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방재정 열쇠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앙정부의 획일적 기준과 지침에 따라 국고보조사업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데 있다. 국비와 지방비 매칭 사업에서 국비 비중을 줄이는 만큼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지방자치의 물적 토대가 되는 자치재정권의 확보 없이는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은 요원하고 국세와 지방세의 8대 2 비율을 혁파해서 구조적 체질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며 "다만 당장 바꾸면 수도권에 세원(인구와 경제력)이 과잉 집중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을 지금보다 더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밝혔다.

◆해법은 무엇인가

진 의원은 "지방재정 문제 해법은 세출 조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시급하면서도 가장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고보조사업을 건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전체 국고보조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정부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라면서 "정기적으로 사업 필요성을 검토하고 중복사업을 통폐합하기만 해도 지방재정에 숨통을 열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착시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다. 그는 "전체 세입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기준으로 하는 재정자립도는 지자체 간 단순비교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전체를 제대로 보려면 기준재정수요와 기준재정수입을 바탕으로 한 재정력지수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성공적인 사례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독일의 지방정부 간 재정조정 제도가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정부들의 재정 기준 소요를 파악한 다음, 기준 소요의 80%에서 120% 범위 내의 자체세수는 그대로 인정하고 120%를 초과하는 세수는 중앙이 거둬 80% 미만의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의 11%로 올린 지방소비세 교부세율을 내년부터 16%, 단계적으로는 21%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출 합리화를 통해 재정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우선 지자체 내부의 비용 축소와 지자체 간 발전동력의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제휴도 재정 건전성을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벨기에, 독일, 영국 등의 지방정부는 포괄적인 인프라를 공동 이용해 행정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는 권역 최적화 원칙에 입각해 소프트역량(인력'지식)의 상호보완과 인프라 공동 이용을 통한 비용 낭비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경우 통합적 지역발전시스템인 '지역활성화통합추진본부'와 같은 기구의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자체 간 역량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가 재정융자사업을 위해 조성한 기금 중 활용률이 낮은 일부를 출연해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확충하는 방안도 채택해 볼만하다. 그런 차원에서 3조원으로 예상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 기금 확충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방에서는 기금 지원 시 리스크 관리와 성과 모니터링을 실효성 있게 전개하는 한편 지방재정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인력 확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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