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서품 50년 구도 여정, 활짝 열린 사랑의 경지…11일 미사·축하식
전 천주교대구대교구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사제 서품 50주년(금경축)을 맞아 시선집 '오후의 새'를 펴냈다. 시집에는 최근 작품과 20대 젊은 시절부터 팔순에 이른 지금까지 쓴 시 가운데 엄선한 99편이 실려 있다.
오랜 세월 겸허하면서도 높고 깊은 정신적 순례의 길 떠나기를 거듭해온 이 대주교의 시는 맑고 그윽한 연민의 시선과 결 고운 서정적 언어로 어떤 대상이든 낮고 부드럽게 감싸 안는 사랑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새소리가 난다 // 일어서서 창 너머로 / 새를 찾았다 // 손에 잡고 쓰다듬고 싶은 / 참한 새이다 // 문을 열면 날아갈 것 같아 / 보고만 있었는데 / 훌쩍 / 새는 날아가버렸다 // 날아갔기 때문에 / 따라갈 수 없고 // 다시 / 의자에 돌아온다 // 그런데 또 새 / 소리가 난다 - 시 '오후의 새' 전문
때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목소리로 그리움과 외로움까지 속삭이듯 들려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관되게 하느님의 그지없는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일치를 이루려는 구도에의 여정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제1부에는 표제시를 비롯한 '봄의 풍경 앞에서' '산타' '울지마 톤즈' 등 최근에 쓴 시 열여덟 편이 수록돼 있으며, 제2부에는 2009년 발간한 시집 '아득한 여로'에 실려 있는 '자화상' '햇빛' 등 50편, 제3부에는 1990년에 발간한 시집 '일기'에서 뽑은 30여 편을 실었다. 제4부에는 시집 '일기'와 '아득한 여로'의 해설을 담았다.
이 대주교는 서문을 대신한 글 '선물인 나'를 통해 "이 글은 스물세 살 때부터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적어둔 것이다. 나도 변하는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나를 다 모은 것"이라며 "이제 더 줄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가 가까이 찾아가고픈 생각이 나고, 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여기서 나를 보라고 나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림환 시인은 이 대주교의 시에 대해 "그의 시는 가시적 현실에서 출발해 높은 정신적 현실에 오르는 기도와 같은 승화의 공간, 그 정신적 순례의 길로 인도한다"고 평했으며, 이태수 시인도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쉽고 친숙한 문맥을 거느리면서도 삶의 깊숙한 근원과 하느님과의 일치의 세계를 일깨우고, 그곳으로 이끌어가는 차원 높은 경지를 열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금경축 미사와 축하식은 14일(월) 오전 10시 30분 계산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되며, 축하연은 매일빌딩 11층 매일가든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