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수위 높은 베드신, 연기 변신 저도 얼떨떨
"스릴러는 진짜 참여해보고 싶은 장르 중 하나였어요. 마동석 형이 맡은 성철 역을 저한테 주시는 줄 알고 좋아했죠.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게 매력 있더라고요. 욕심나는 캐릭터였는데 동석 형이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하고 바로 수긍했죠. 하하."
배우 조한선(34)이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공익근무요원(2010~2012)으로 복무한 뒤,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찍고 연예계로 돌아온 그는 스크린에도 욕심이 났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도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참여한 작품이다. 그간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던 그였는데, 최근 드라마부터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찌질남' 캐릭터여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 부부가 SNS를 통해 알게 된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인 '함정'에서는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선보였다. 조한선은 "결혼 전과 후 시나리오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작품 선택 기준이 임팩트 있고,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영화였어요. 그런데 '무적자'에 참여한 뒤, 공익근무요원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관객과 시청자 입장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니 많은 걸 느꼈어요.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너무 옛날 방식이었죠.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다가가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연기가 아니고 대중과 소통하는 패턴을 찾아보자는 마음가짐이 커졌죠."
사실 그는 '함정'을 거절하려고 했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준식의 분량과 역할이 현 버전의 반의반도 안 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본인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감독을 만나 거절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은 조한선을 만나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우고 싶다"고 했고, 그 말에 조한선의 마음이 동했다. 의견 개진을 통해 조금씩 설득력 있는 준식 캐릭터가 탄생했다.
"'왜 준식 부부가 섬까지 가게 됐을까?'라는 의문점에 대해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부부 사이의 배려와 소통, 관계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는 답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된 준식의 감정을 보여줄 신이 없더라고요. 감독님에게 부탁해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 있는 준식의 모습이라든지, 베드신을 앞두고 담배를 피우며 생각하는 신을 만들었어요. 준식의 심리적인 부분을 꼭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성철 역에 꽂혀 있었으나 준식 캐릭터에 빨리 몰입한 조한선은 "스릴러는 스릴러적 요소를 갖고 가는 캐릭터가 있고, 스릴러를 만들어주는 캐릭터가 있다. 준식은 스릴러를 만들어주는 캐릭터"라고 이해하고 만족해했다. 물론 "심리적인 묘사를 과하지 않게, 적정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했기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데뷔 이후 노출 수위가 이렇게 높은 건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 신체 중요 부위를 가리는 '공사'도 처음 해봤다. 베드신 때문에 출연 거절을 한 것이냐고 하니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베드신은 전혀 신경 안 쓰이더라"고 웃는 조한선. 다만 "몸을 좋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 부담감이 컸다. 촬영 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럽더라"고 되뇌었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 베드신이 말초신경만 자극한다는 평가도 있다. 굳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조한선은 "분명 필요했던 신"이라며 "없었다면 영화의 균형이 안 맞을 것 같다. 긴장감을 전하기에 충분한 신이었다"고 몰입했다.
부상도 많았다. 예산이 많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올무를 펴다가 손가락을 다치기까지 했다. 산에서 구르는 것도 직접 연기해야 했다. "음, 충격이었다고 할까요? 예전부터 알던 무술 감독님이 '잘하잖아. 굴러봐 하시더라'고요. 대역을 쓴 뒤, 넘어진 얼굴을 다시 찍고 왔다 갔다 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했어요. 액션은 웬만한 건 직접 다했죠. 구르는 신에서는 앞에 큰 돌이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바로 앞에서 멈추지 않으면 안 됐어요.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그런데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게 그 앞에서 멈춰지긴 하더라고요.(웃음)"
조한선은 "비위도 약하다"고 고백했다. 백숙도 못 먹는단다. "구운 건 먹는데 삶은 걸 못 먹어요. 비린내가 심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비린내 때문에 체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백숙시킬 때 전 냉면 먹는다니까요. 하하."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인데 몸에 좋은 보양식을 못 먹는다고? "붕어즙, 개소주 같은 것도 전혀 못 먹었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한 뒤 잠시 그만뒀다가 중학교 때 다시 시작해 대학교 3학년 때 그만뒀다. 그 시기 동안 보약 한 번 안 먹었다"고 했다. 멋지고 남자다운 모습이었는데, '함정' 홍보 때문에 몰랐던 많은 사실이 알려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렇게 됐다. 어쩔 수 없다"고 웃었다.
조한선은 '함정'으로 잃은 건 전혀 없는 듯했다. 오랜만에 역할 고민을 많이 한 게 즐거웠다. 그는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이렇게 압박감을 느낀 건 오랜만"이라고 좋아했다. 또 다행스러운 건 감독이 그의 노력을 알아줬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준식을 봤을 때 '누구나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 '임팩트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조한선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감독님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힘들었겠구나'라는 말을 건넸다"며 "마음이 환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기뻐했다.
"현장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이번 역은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준비도 많이 해야 했죠.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좋아요. 내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바보 같은 캐릭터인데 내가 해석한 게 시나리오에 잘 녹아든다면 그것만으로 성공한 것 같아요."
조한선은 '함정'을 향한 관객의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은 걸 알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동석 형이 연기를 진짜 잘했고, 나를 비롯해 나머지 배우들도 최선을 다했다"며 "영화를 냉정하게 봐줬으면 한다. 그러곤 재미있다면 많이 봐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