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두종 바이러스·대상포진·재발성 1형 단순포진
#인유두종 바이러스: 고위험군 감염시 자궁경부암 위험…성관계 전 예방백신 맞으면 차단
#대상포진: 척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발병…얼굴로 침범하면 안면마비 올 수도
#재발성 1형 단순포진: 입 주위 뿐 아니라 눈·볼에도 물집…면역력 떨어지면 언제든지 재발
직장인 박모(41) 씨는 최근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로 등이 욱신거렸다. 1주일 넘게 반복된 야근과 스트레스 탓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넘겼지만 통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등에 작은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옷을 입고 벗기도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 몸 안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알게 모르게 몸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피로, 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면 숨겨둔 발톱을 드러내며 몸 여기저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대상포진이나 인유두종 바이러스, B'C형 간염, 에이즈 등의 바이러스 질환은 대증요법 외에 바이러스 자체를 없앨 치료제가 없는 점도 특징이다.
◆만성질환 일으키는 바이러스
만성적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꼽힌다. 현재까지 알려진 100여 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에서 40여 종이 생식 기관에서 발견된다.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일부 바이러스는 외음부나 성기에 사마귀를 만들거나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된다. 평균 감염 기간은 9개월 정도이고, 감염자의 90%가 2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 흡연이나 장기적인 피임약 복용, 잦은 출산 경험, 면역 저하 상태 등일 때는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과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 쉽다.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첫 성관계를 갖기 전에 예방 백신을 맞으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도 만성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밀접한 접촉이나 성접촉 등으로 전염되고, 일상생활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급성 및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출산이나 출산 직후에 어머니로부터 아이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비위생적인 주삿바늘이나 침, 면도기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C형 간염은 수혈이나 주삿바늘, 면도기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자 중 30%는 정확한 감염 경로를 모른다. 급성 C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이 지나가지만 55~85%가량은 만성화된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지만 치료를 통해 간암이나 간경변 등 간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평생 몸 안에 남는 수두 바이러스
대상포진은 흔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대상포진 환자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 환자는 64만8천200여 명으로 2010년 48만3천500명에 비 34% 증가했다. 40대 이상 환자가 10명 중 7명을 차지할 정도로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습관, 과로와 지나친 음주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20, 30대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 바이러스(VZV)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다시 활성화되면서 나타난다. 과거에 수두에 걸린 적이 있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에게만 생긴다. 오랫동안 척추의 신경절 속에 잠복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병을 일으킨다.
주로 가슴이나 등에 흔하게 발생하지만 얼굴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가 얼굴로 침범하면 통증이나 근육 약화, 안면 마비 등을 유발한다. 고막으로 가면 귀가 울리는 이명과 어지럼증을 일으키므로, 심하면 청력을 잃을 수 있다. 눈 주변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눈의 통증과 각막염, 녹내장 등의 원인이 된다. 대상포진 환자 중 대부분은 신경통을 앓게 되는데, 스쳐도 아프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발진과 물집이 사라져도 통증은 지속되기도 한다.
단순포진 또한 사람과 공존하는 바이러스다.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 물집에 생기는 '재발성 1형 단순포진'와 성기나 항문 주위에 생기는 '재발성 2형 단순포진'으로 구분된다. 1형 단순포진의 경우 입 주위를 넘어 볼, 눈 주위까지 물집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 1~2주간 불편을 느낀다. 단순포진에 효과를 가지는 항바이러스제를 48시간 안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면 발생하던 병이 빨리 가라앉아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은 완화하지만 완치는 되지 않는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얼마든지 다시 악화하거나 재발할 수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질환은 완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것이 좋다"면서 "개인위생과 적절한 휴식 등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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