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김 니콜라이 씨

입력 2015-09-09 01:00:05

가슴 통증에 쓰러져…'코리안 드림' 물거품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한 달째 병원에 누워있는 김니콜라이 씨 가족은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에 힘겨워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한 달째 병원에 누워있는 김니콜라이 씨 가족은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에 힘겨워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심근경색 수술 후 한 달 넘게 입원 중인 김니콜라이(61) 씨. 니콜라이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다. 그의 할아버지는 고향(전주)에 흉년이 들자 19세기 후반 처자식과 함께 연해주로 갔다. 그곳에 자리 잡은 조선인들은 황무지 벌판이었던 연해주 땅을 맨손으로 일궈 농지를 만들고 집을 지었다. 하지만 이들은 1930년대 후반 스탈린의 소수민족 강제 이주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중앙아시아로 끌려갔다. 일제강점기만 버티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꿈도 물거품으로 변했다.

◆어린 시절부터 힘들었던 삶

니콜라이 씨는 어린 시절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랐다. 니콜라이 씨의 가족은 우즈베키스탄 중에서도 고려인이 거의 살지 않는 작은 시골에서 남의 밭을 일구며 살았다. 이방인에다가 소작농으로서 받는 차별도 심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은 물론 가난한 나라에서 끌려왔다며 놀림, 구타도 수없이 당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서도 부모님의 교육열은 꺼지지 않았다.

"매일 먹고살 걱정을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부모님은 늘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자식을 공부시켰어요. 5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한국에 왔지만 부모님께 한글, 한국말을 배워 한국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어요."

니콜라이 씨 부부는 부모님의 성실함과 교육열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목수, 광부, 버스 운전기사 등 갖은 일을 하면서 아들 둘을 우즈베키스탄의 일류 대학에 보냈다.

하지만 소련 붕괴 후 최근까지 이어진 실업난의 그늘은 니콜라이 씨의 가정도 피할 수 없었다. 어렵게 학위를 갖고 졸업한 고급인력에 매달 임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아들 둘이 일할 곳은 농장, 공장, 현장 일용직뿐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일을 하고도 몇 달치 월급을 못 받는 일이 밥 먹듯 일어났다.

"임금을 못 받아도 그곳에선 항의해 받아낼 곳이 없었어요. 대학에서 경제학, 건축학을 공부한 두 아들이 저랑 똑같은 삶을 산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과로에 쓰러진 니콜라이 씨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난이 계속되자 니콜라이 씨 부부와 둘째 아들은 5년 전 한국행을 택했다. 고국인 한국에 왔다는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이들은 한 달에 1, 2일만 쉬어가며 식당 설거지, 모텔 청소를 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아들과 친척에게도 돈을 보내주느라 일하는 모텔, 식당의 빈방에서 생활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한 달 전 출근 준비 중이던 니콜라이 씨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평소 가슴 통증을 느낀 적이 있었지만 피곤해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심근경색으로 악화된 것이다.

"바로 의식을 잃어 기억이 없지만 당시 혈압이 200을 넘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해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쓰러지자마자 부인에게 발견된 니콜라이 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두 차례에 걸친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부부는 얼마 전 병원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술비, 입원비 등으로 한 달 만에 1천500만원이라는 비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아들, 친척에게 월급 대부분을 보냈다. 이를 제외하고 차곡차곡 모은 나머지 돈은 입원 중 치료비와 생활비로 모두 써버린 상황이다. 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니콜라이 씨는 최소 1년은 바깥 일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이렇게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어요. 언제까지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할지 막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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