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안수진 성균관대 교수 봉산문화회관서 '그림자'展

입력 2015-09-07 0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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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서다…흔들리는 발걸음

안수진 작
안수진 작 '작업자'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1990년대 초반 키네틱 작업을 시작한 이래 묵묵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지키며 작업을 해오고 있는 조각가 안수진 성균관대 교수가 '2015 기억공작소'에 초대돼 11월 1일(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기억공작소'는 봉산문화회관이 중견작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다. 안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유수의 국내외 아트전에 참여하고 있는 조각가이다.

안수진은 움직이는 조각인 '키네틱 아트'를 통해 기계 속 인간이 처한 상황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관심을 체화한다. 그의 키네틱 작업은 단순히 움직임이 주가 되는 전통적 개념의 키네틱 아트와는 달리 움직임 속에 작품마다 개개의 서사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그림자'전 전시 공간에 구축한 5개의 시적(詩的) 장치들은 최근 그가 주목하고 있는 조각에서의 '시간'을 '움직임'과 함께 구성한 힘의 이미지 구조에 관한 것이다.

전시장 입구 좌측 벽면에 두 개의 붉은색 나무문이 문틀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어느 한 문이 열렸다가 닫히면, 몇 초 뒤에 다른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다. 가끔은 두 개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가 화들짝 놀라며 닫히기도 하고, 문이 열렸다가 다른 문이 닫혀 있는지 확인한 듯 다시 문이 활짝 열리고 닫히는 상황을 반복한다. 작품 '2doors'는 개인적인 삶의 공간과 폐쇄적인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 이웃을 대면하는 현장의 심리적 시간과 주변을 더 의식하는 강박적 순간을 시적으로 함축한 작업이다.

그 우측 옆, 전시장 바닥에는 평행봉 형태의 낯선 기구와 그 위로 촉수를 가진 제어장치 뭉치가 쉴 새 없이 구르는 '관성의 평균대' 작업이 있다. 이 평균대는 애쓰는 인간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강제된 평등과 균형을 깨고 변화하려는 찰나의 물리적, 심리적 시간에 관한 움직임을 시각화하고 있다.

시선의 정면 벽에는 자기 신장의 세 배가 넘는 크기의 짐을 들고 걷는 사람을 형상화한 '작업자'가 있다. 이 작업자가 옮기는 높고 큰 짐은 무게중심의 변화에 따라 앞뒤로 번갈아가며 기울어지기를 반복하는데, 들고 있는 짐이 자신의 뒤편으로 기울어지면 작업자는 뒷걸음질을 하고, 짐의 무게가 앞으로 기울면 작업자는 앞걸음을 걷게 된다. 관람자도 체감할 수 있도록 연출한 작업이다.

우측 벽면에 밀착된 두 개의 판을 겹친 조각 작업 '시간의 변주-쌍둥이'는 관람자의 시선 반대편 벽에 설치된 조금 더 큰 '시간의 변주'와는 크기와 개수가 다르지만 동일한 개념의 키네틱 아트이다.

그 옆 벽면에는 '교집합 다리'가 있다. 모니터에는 교량과 교량 위를 건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는데, 벽면에 설치한 두 개의 원이 겹쳐진 교집합의 위치와 교묘히 일치된 영상 속 교량의 중간 지점에는 다른 시공간이 있는 듯 좌우의 어느 방향에서든 그 지점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거나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움직임은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라는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한 교집합 그룹을 선택하는 현실 삶의 순간적인 시간들을 다룬 것이다.

안 작가는 "오랜 시간 '움직임의 시학(詩學)' 또는 '시적(詩的) 장치'들을 만들어 왔다. 이 장치는 키네틱 조각이지만 일반적인 키네틱 작품들의 시'지각적인 차원을 넘어 우리와 대면한 세계, 또는 시스템에 대한 편안함 속에는 불편함이 존재하며 분명히 갈등적 요소가 있음을 보이고자 하는 어떤 장치"라고 말했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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