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김봉석 지음/예담 펴냄
하드보일드(hard-boiled).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1920년대 미국 문학에서 먼저 나타났고, 이후 탐정소설과 범죄소설에 영향을 끼쳤다. 또 소설은 물론 만화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퍼져 나갔다.
하드보일드 소설 속 주인공들은 비관적인 날들을 살아간다. 비관이 주변에 겹겹이 쌓이고 자신의 숨까지 조여도, 주인공은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인공이 너무 일찍 죽어버리면, 그 소설책은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책이 너무 얇아져서 제대로 팔지도 못할 테니까.
실은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일상의 평범한 악을 쫓는 과정에서 거대한 사회 부조리와 만난다. 또 꼬인 운명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자기 안의 악마와 싸운다. 여기서 작가들은 주인공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영웅이나 초인은 등장하지 않기에, 주인공이 직면하는 현실이란 전복시킬 수 없고 부단히 견뎌내야 하는 삶의 장이다.
그래서 하드보일드 소설 속 주인공들은 다른 소설 속 여느 주인공들보다 더욱 우리와 닮았다. 현실 속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온갖 범죄와 비리'비위를 접해야 하고, 이따금 유행하는 새로운 질병에 목숨도 위협받는다.
이 책은 소설 속 세계와 꽤 닮은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하드보일드를 삶의 한 태도로 삼으라고 얘기한다. 일단 한걸음 물러서서 지켜보며 최대한 신중하게 사건의 겉과 밖을 들여다보는 것, 어딘가에 빌붙거나 편들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등이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단다. 하드보일드는 하나의 처세술인 셈이다. 23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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