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타·무명가수 "반갑습니다, 음악 예능!"
음악을 주로 내세우는 예능, 소위 '음악예능'이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꾸준히 고정팬층을 거느리고 순항하던 KBS2 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이어 최근에는 MBC '일밤-복면가왕'이 숱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JTBC '히든싱어' 시즌4까지 가세해 음악예능 붐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등 음악을 소재로 삼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어 향후 더 많은 음악예능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 음악예능은 인기 아이돌 스타들만 즐비한 공개 음악 프로그램과 달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시청자들에게 보고 듣는 재미를 주는 것뿐 아니라 아이돌 스타들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고 한탄하던 가수들에게 재조명받을 기회를 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주말 강자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히든싱어'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음악예능은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이다. 그리고 9월 말부터 '히든싱어'가 시작된다. 그 외 JTBC '끝까지 간다'가 고정 시청자층을 형성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신 가요를 소개하는 공개 음악 프로그램과 KBS '열린 음악회', 그리고 새로운 가수를 찾아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외한 결과다. 지난달 20일 다시 시작된 Mnet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7과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힙합 경연 '쇼미더머니4' 등을 더한다면 안방극장에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이 글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가수들이 두루 출연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며 여기에 게임 또는 서바이벌 등 다양한 형태의 예능적 재미가 가미된 프로그램을 '음악예능'의 기준으로 삼았다.
먼저, 인기 음악예능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불후의 명곡'은 출발 당시만 해도 '나는 가수다'의 아류작이란 말을 들었던 프로그램이다. 유명 가수가 출연해 타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경합하는 방식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출연하는 가수들까지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고음 대결'을 보여주던 '나는 가수다'와 달리 비교적 캐주얼한 느낌의 노래 대결로 '롱런'에 성공했다. 아이돌부터 기성 가수까지 두루 어울려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무대를 꾸미며 KBS 예능국의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 정통 음악 프로그램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무대, 여기에 과거의 명곡을 새롭게 해석하며 재미를 주고 무대 뒤 토크타임으로 웃음까지 준다. 1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토요일 저녁을 휘어잡고 있다.
일요일 저녁의 신흥 강자는 두말할 필요없이 '복면가왕'이다. 10% 중반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동시간대를 장악했다. 무엇보다 '복면가왕'은 '음악예능'이란 말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인상적이다. 가수들의 가창력을 느껴볼 수 있는 진지한 무대를 만들되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씌워 보는 재미를 더한다. 유치한 '가명'을 붙이는가 하면 대화를 나눌 때는 목소리까지 변조해 웃음을 자아낸다. 막상 포맷만 살펴보면 '음악'이 아니라 '개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일 만큼 장난기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복면가왕'은 MBC에서 전파를 타기까지 각 방송사 예능국의 퇴짜를 맞으며 고단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편성됐지만 어쨌든 결과는 성공적이다. 신구 세대 가수들이 총출동하고 가수 외 다양한 영역의 출연자들이 가면을 쓴 채 가창력을 뽐내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음악을 감상하며 가면의 주인공을 유추해보는 새로운 재미까지 느끼게 된다. 갖은 이슈를 만들어낼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화제작 반열에 올랐다.
'히든싱어'는 '복면가왕'보다 한발 앞서 음악예능 붐의 출발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실력파 가수와 그를 흉내 내는 '모창 능력자'들의 대결을 주선해 방송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문이 닫힌 세트 안에서 들려오는 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원조 가수'가 누구인지 맞혀보는 재미,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모창 능력자들의 노랫소리에 당황하는 원조 가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또 가수와 모창 능력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무대를 보는 재미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개그 소재 정도로 쓰이던 모창을 메인으로 끌어온다는 역발상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가 하면 오랜 시간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온 가수들을 집중 분석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승환-임창정-휘성-이재훈 등 지난 시즌에서 화제가 됐던 가수 및 모창 능력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도플싱어 가요제' 특집을 추석 연휴 기간에 내보내며 본격적인 시즌4의 시작을 알린다.
◆음악예능, 과거 인기가수-무명 뮤지션에게 주어진 찬스
그 외 JTBC '끝까지 간다'는 게임 형식의 노래 대결로 재미를 준다. 대형 LED 세트 위에 흩어져 있는 가사를 조합해 끝까지 불러내는 이가 승리하는 형식으로 2014년까지 방영된 SBS '도전 천곡'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포맷 자체가 게임에 집중된 건 사실이지만 라이브 밴드의 연주, 그리고 국내 유수의 가수들이 출연해 가창력을 뽐내며 음악에 신경을 기울이기도 한다.
최근 2회 분량의 파일럿 방송을 마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과거 단 하나의 히트곡을 내고 사라진 가수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곡 가수의 노래와 근황을 듣고 해당 노래를 새롭게 재해석해 공연을 가지며 복합적인 재미를 줬다.
근래 공연 및 방송을 마친 MBC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역시 가수들이 돋보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2년 주기로 돌아오는 기획이지만 한 차례 방송이 끝나면 파장이 방송계와 음악계 전반에 퍼져 나갈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올해도 혁오밴드, 자이언티 등 새로운 음악계 스타를 발굴하고 전 곡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려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음악예능 활성화와 더불어 가요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일단, 가수들이 올라갈 무대와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일. 그동안 '가요무대' '열린 음악회' '콘서트 7080' 등 기성세대가 주로 보던 프로그램에만 종종 모습을 보이던 왕년의 인기가수들이 젊은 층에 어필할 기회를 가지고, 또 제작진은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매치해 전 연령대가 공감할 만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히든싱어'를 통해 베테랑 가수들의 발자취와 실력이 다시 한 번 알려지고 1980년대 히트 듀오 서울패밀리의 김승미가 '복면가왕'에 나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니 가수들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끝까지 간다' '복면가왕' 등의 프로그램은 퍼포먼스 위주로 활동하던 아이돌 스타들에게도 가창력을 뽐낼 기회를 줘 가수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게 만든다. 가수들 입장에선 반갑기 그지없는 기획이다.
온라인 음악시장이 형성되고 음반시장이 무너지며 뮤지션들이 힘겨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로는 '돈 되는' 아이돌 그룹들만 인기를 얻으며 노래 좀 한다던 과거의 가수들을 구석으로 내몰았다. 이런 현상은 가요의 세계화와 음악시장의 산업적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뮤지션의 생명력을 단축시키고 음악의 다양성을 해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행히도 음악예능은 한쪽으로 치우친 음악산업에 활력을 주고 풍성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잡다한 신변잡기나 늘어놓으며 억지웃음을 유발하던 집단 토크쇼와 전 국민의 육아 참여를 선동하는 육아프로그램에 이어 음악이란 몰입도 높은 소재와 웃음이 결합된 신선도 높은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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