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상가는 아주 비싸다. 설계자가 '클린 도시'를 계획하면서 상업용 건물의 용적률을 낮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6천 가구가 살고 있는 첫 마을만 보더라도 아파트는 최대 25층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으나 전용면적이 넓지도 않은 상가건물은 3층 이하이다. 희소성 때문에 대로변에 인접한 상가는 분양가만 평당 2천500만원을 웃돌고,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3천만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건물주들은 투자비를 흡수하려 임대료를 높이고, 이는 고스란히 상가에서 파는 물건을 매입하는 시민들의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슈퍼마켓에서 사는 과자 한 봉지부터 가끔 하는 가족 외식까지, 세종시민들은 높은 물가에 혀를 내두른다. 지갑 사정에 여유가 없으면 가정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공분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세종시 도시가스 요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세종시의 취사 전용 도시가스 기본요금은 3천730원으로, 인근 대전(780원)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특히 세종시와 같은 도시가스업체(중부도시가스)에서 공급받는 아산과 천안, 공주 등의 취사용 도시가스 기본요금(760원)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비쌌다. 문제가 지적되자 세종시는 지난 8월부터 취사 전용 도시가스 기본요금을 20% 인하해 현재 2천990원을 징수하지만, 여전히 타 지자체에 비해 2,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기본요금이 비싼 이유는 높은 시설투자비가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와 도매 공급비용이 92%를 차지하고, 지자체가 승인하는 소매 공급비용이 8%를 차지한다. 시설투자비는 소매 공급비용에 포함되는데, 세종시는 넓은 개발면적에 비해 정착인구가 적어 시설투자비의 가계분담률이 높다. 결과적으로 기본요금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먼저 입주한 주민들이 나중에 입주할 주민 몫까지 분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지난 6월 총공사비 1천184억원을 들여 신축한 세종특별자치시청은 전액 국비가 투입됐다. 국가 주도 기획 도시라는 점 때문에 전국에서 전액 국비로 지자체 청사가 건축된 경우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다가 세종시가 고물가에 허덕이는 시민들은 떠나고, 공짜 임대료로 일하는 공무원만 억지로 남는 '행정 유령도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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