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다시 예전 모습, 면회시간 무시 '들락날락'
'메르스 종식 한 달,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대형병원.'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후진적인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다시 도지고 있다.
메르스가 확산될 당시 병원에 시도때도없이 방문할 수 있는 병문안 행태가 메르스 전파의 '숙주'라는 지적(본지 6월 11일 자 1면 보도)이 일면서 병문안 개선안들이 쏟아졌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확진자 186명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환자 가족이나 문병객이 병실에서 감염된 경우가 64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대구의 대형병원들이 응급실 방문자를 제한하고, 병문안도 지정 시간에만 허용하는 등 면회객 단속에 나섰고, 여러 명의 보호자와 면회객들로 북적이던 병실의 모습도 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개월 정도가 지나고 다시 찾은 대구의 상당수 대형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전과 다름없이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병실 출입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일 오후 대구의 A대형병원. 병원 입구에는 면회시간 제한 안내가 붙어 있었지만 일반 병실 면회 가능 시간(오후 2시까지)이 훨씬 넘어서도 병문안을 온 면회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입원 중인 친구를 찾아왔다는 조모(45) 씨는 "오후 2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는데 병원 측에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때는 병원 방문 자체를 자제했는데 잠잠해지다 보니 면회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면회시간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자칫 환자나 면회객과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반면 엄격하게 면회객을 통제하는 곳도 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의 경우 국내 처음으로 지난달 1일 병원 내 면회실을 설치하고 면회객은 별도의 면회실에서만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병원 1, 2층 등에 4개의 면회실을 마련해 두고 문병객이 면회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환자가 면회실로 내려와 만날 수 있다. 다만 중증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경우 제한적으로 병실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환자나 문병객들은 별도 면회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면회실에서 동생을 만난 김경미(50'여) 씨는 "병실에서는 다른 환자나 보호자 눈치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면회실이 따로 있으니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일부 면회객들이 병실 방문을 요구하지만 면회실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대형병원 관계자들과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을 방문해 면회실을 둘러보고 별도 면회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이 기존 병문안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해 안전한 병문안을 위한 캠페인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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