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청소년] 이혼 후 달라진 아들 끊임없는 말썽에 친구들과 싸우고…

입력 2015-09-03 01:00:05

◆고민: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여섯 살에 접어들 즈음,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결혼해서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이 컸지만, 남편의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결혼생활 5년째부터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혼 이후에도 아들은 밝게 잘 자라주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했는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커졌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켜 선생님들을 만나는 일이 잦았습니다.

초기에는 남자 아이라 커가는 과정으로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교실에서 싸움을 해, 반 친구가 크게 다쳐 병원을 가게 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말썽을 일으킨 후에는 늘 저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제 눈치를 살피기도 합니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몰라 답답합니다. 저 또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엄마 마음을 알지 못하는 아들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됩니다. 아이가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해법: 최근 들어 TV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이혼은 이제 비밀스러운 일로 터부시되어서는 안 될 만큼 사회적으로 관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201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30만5천500건) 대비 37.8%가 이혼(11만5천500건)을 하며, 평균 결혼 유지기간은 14.3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통계수치로 미뤄볼 때, 이혼 당시에 자녀들은 대부분 아동기 또는 초등학생 때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은 부부 당사자에게도 큰 정서적 충격을 가져오지만,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입니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이혼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하는 아동에게는 그 자체가 커다란 심리적 충격이며,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부관계가 해체되어도 부모 역할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상당 부분 중단된다는 최근 보고를 볼 때, 이혼은 자녀의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혼 전부터 부부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긴장감이 자녀에게 전가되어 가족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혼가정 아동들이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 중의 하나가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아이는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사례 아동의 경우도 갑자기 아빠가 집을 떠났고, 이후 아동이 말썽을 일으켜 엄마가 힘들어진 경우입니다. 자신의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상실감과 분노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부모의 상황을 어느 날 갑자기 자녀에게 통보하게 되면,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데도 별거나 이혼 사실을 미리 공유하는 부모들은 거의 없습니다.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면 늦지 않게 아이에게도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절대 아이의 탓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동은 부모에 대한 슬픔, 외로움, 죄책감, 분노감을 느끼게 되며, 우울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아동들은 우울과 불안,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사례 아동과 같이 가족의 안정감이 붕괴된 것에 대한 내면의 분노감정이 반항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한쪽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아닌지에 대한 상실감은 또 다른 부모인 엄마가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져 문제행동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우울과 불안의 정서적인 부분이 문제행동으로 대처되어 표출되는 것이므로, 마치 가면을 쓴 아이의 모습과도 같기 때문에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동의 심리적 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례 아동은 4세 때부터 시작된 부모의 갈등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력감, 거부당한 느낌 등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기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아동의 감정과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 후 정서적 이완, 수용적이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도록 하여 건강한 정서발달을 돕고자 했습니다.

이혼 후 부모는 스트레스로 인해 자녀에게 일관성 있는 양육을 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여 오히려 자녀에게 의존하여 지지를 받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부모에 대한 원망을 자녀에게 쏟아내기도 합니다.

이혼 가정의 부모로서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탄력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역할이 필요합니다.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부모 자신의 삶을 가능한 한 빨리 찾아야 합니다. 부모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로 인해 아동을 안심시키고, 미래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모로서의 안정감 있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부모의 갈등에 자녀가 끼게 하거나, 전달자 역할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사례 자녀의 경우 아빠가 주기로 한 양육비나 생활비가 늦어질 때마다, 엄마로부터 아빠의 과거 행동에 대한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이럴 경우 자녀가 아빠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라는 상반된 두 감정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 되어, 갈등을 겪게 되고 상처를 입게 됩니다.

셋째, 자녀에게 과도한 능력의 것을 책임지도록 요청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로서 엄마를 돌봐줘야 한다, 밖에 나가서 더 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공부를 잘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등 오히려 과도한 요구를 하기 쉽습니다.

넷째, 이혼에 대한 얘기를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의 인지 수준에 따라 솔직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례 자녀의 어머니처럼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이혼가정 부모들은 아동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부모가 이혼한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 경우 자녀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비밀이 탄로 날까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관계 형성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상담현장에서 이혼가정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또래 관계에 있어 소극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보면, 가족은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 주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혼가정 자녀들에게는 항상 그 자리에서 너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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