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소리는 칼보다 강하다

입력 2015-09-02 01:00:07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말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자동화 무기를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맥아더는 현대화된 무기의 가공스러운 위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심리전에 활용되는 무기인 말과 글은 무기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로 조성된 최근의 남북 긴장 상황에서 주목받은 것은 대북 확성기였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 지도부를 대화 창구로 불러낸 일등공신이었다. 군사분계선 지역 11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는 주간에는 10㎞, 야간에는 20여㎞까지 방송 내용이 전파된다고 한다. 대북 확성기를 통해 방송되는 메시지가 북한군과 북한주민들의 정신을 무장해제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북한 지도부가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소리를 무기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역사 이래 쭉 이어져 왔다. 나치는 산소와 에탄올 화합물을 폭발시켜 나오는 소리를 스피커로 발사해 사람을 살상하려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큰 데다 사거리가 짧고 고정식이라는 결점 때문에 실패했다. 심지어 나치는 소리 대포를 발사해 연합군 비행기를 격추시킨다는 다소 황당한 계획까지 세우고 시제품까지 만들기도 했다.

반면, 소리로 사람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무기는 이미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 테크놀로지 사가 2003년에 개발한 음향대포 '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는 제트기 이륙 시 발생하는 수준인 150여㏈(데시벨)의 소음을 타깃으로 발사한다. 유효사거리는 270m 정도인데 LRAD에 노출된 사람은 일시적으로 청각이 마비되거나 몸 균형을 잃는다고 한다. LRAD는 세계 각국의 군'경찰들이 시위대 및 테러리스트 진압용으로 쓰고 있다.

귀를 찢는 소리도 괴롭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리가 아예 없는 상황 역시 인간에게는 고통을 준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오필드 연구소의 무향실은 지구에서 가장 고요한 곳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이중 벽에 유리섬유 흡음재가 빈틈없이 붙은 이곳의 공식 소음 측정치는 -9.4㏈. 너무나 적막한 탓에 자신의 혈관에 피 흐르는 소리마저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 들어간 실험자 중 대부분은 환청과 망상에 시달렸다. 이 안에서 사람이 가장 오래 견딘 기록은 45분이라고 하니, 소리에 관해서도 과한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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