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용팔이' 주원, 물 만난 연기

입력 2015-09-01 01:00:05

시청률 20% 주원의 '원맨쇼'공중파 채널 고정

최근 안방극장에서 가장 '핫'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주원(28)이다. SBS 수목극 '용팔이'의 주연배우를 맡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중이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화제몰이를 하며 상승세를 타던 '용팔이'는 8회에 이르러 20.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채널 수의 증가로 주중 미니시리즈 시장의 시청률이 하향평준화돼, 10%만 넘어서도 '제 몫은 해냈다'는 말을 듣는 게 현실. 이런 환경 속에서 20%대를 넘어섰다는 건 과거 30%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말과도 같다. 그만큼 '용팔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주원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작품 성공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고무적이다.

◆'용팔이'의 주원, 왜 주목받나?

주원이 '용팔이'에서 맡은 역할은 어려운 가정사를 극복하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 실력파 의사 김태현이다. 내심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정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조직폭력배를 불법으로 치료해주고 왕진료를 받는 등 의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병원 내 VIP 관리를 맡게 되고 이곳에서 죽음의 위기에 몰린 재벌가 상속녀 김태희(한여진 역)를 만나 그를 구해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걷게 된다.

이미 작품은 메디컬드라마가 가지는 기본적인 장르적 재미에 액션과 미스터리까지 가미해 다양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끌고 있다. 그리고 주원은 1회부터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내 '채널 고정'의 일등공신으로 불리고 있다.

영화와 달리 단 1분만 느슨해져도 채널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게 드라마의 특성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각본과 연출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과 존재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용팔이'의 주원은 다면적인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내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데 끌어 모으니 주연배우로서 부족함이 없다.

사실 '용팔이'의 주원이 돋보이는 건 각본의 영향도 크다. 김태희가 연기하고 있는 여주인공 한여진이 드라마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거의 병상에 누운 채 보내고, 주변의 타 캐릭터들도 에피소드별로 적당한 비중을 차지할 뿐 개인사까지 드러내며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않는다. 반면에 주원이 연기하는 김태현 캐릭터는 모든 에피소드의 중심에 세워 겉과 속을 다 보여주니 그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비중을 소화하는 것 역시 배우의 능력에 달린 문제다. '용팔이'의 주원은 드라마 '각시탈'(2012)의 타이틀롤을 맡아 28부작을 이끌 때, 또 '굿 닥터'(2013)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천재의사를 연기할 때 한 차례 보여준 것처럼 화면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고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기하는 캐릭터의 극 중 비중이 커졌을 때 더 자신 있게 스스로를 부각시킨다. 한편으로는 주원이 상대 배우와의 호흡보다 '원맨쇼'에 더 능한 게 아니냐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원맨쇼'를 제대로 해내는 배우가 흔치 않다는 사실 역시 감안해야만 한다.

김태현이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오롯이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인 만큼 주원이 타 배우와의 호흡에서 한층 고조된 톤을 보여주더라도 시청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주원이 '제대로 놀 수 있는 판'이 짜인 셈이다.

◆연이은 영화 부진 등 실패 사례도 극복할까

'용팔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주원은 20대 후반 남자 배우들 중 돋보이는 스타성과 실력을 자랑한다. 잘생긴 외모와 연기력뿐 아니라 뮤지컬을 통해 노래와 춤 실력까지 겸비한 재주꾼이다. 수줍음을 타는 편이라 예능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대화를 나눌 때 꾸밈이 없고 심성이 고운 데다 남자치고는 꽤나 다정다감한 편이라 주위에 사람이 많다. 실력과 스타성, 게다가 사회생활도 무난하게 하고 있으니 출연 섭외가 끊어질 리가 없다. 게다가 '아직 부족해 보인다'는 말이 나올 때면 독한 연습으로 길을 찾아나서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알타보이즈' '싱글즈' '그리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뮤지컬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다 첫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캐스팅됐을 때, 주원은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줬다. 첫 등장 시 강동원을 닮은 외모로 주목받았을 뿐 부릅뜬 눈과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에 부담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던 게 사실. 그러나 주원은 첫 드라마에서 비록 다듬어지지 않은 톤으로 어색한 감을 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완성도는 떨어질지언정 호소력에서는 밀리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늘 같은 대선배들이 즐비한 주말극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 역시 드라마 연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이때 자리 잡힌 연기 톤이 KBS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믿음을 줬고 향후 '각시탈' 캐스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이후로 '내일도 칸타빌레'(2014)를 제외하고는 이제껏 출연한 모든 드라마를 히트작 반열에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캐릭터의 특성이 강하거나 작품 자체에 기운이 넘칠 때 주원은 빛난다. 그리고 작품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낸다. 하지만 코믹이나 멜로 등 작품 자체에 가벼운 느낌이 감돌거나 쉴 새 없이 주변 캐릭터와 기운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쉽게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유일하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패인을 주원의 연기에서 찾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작품에서 보여준 주원의 연기는 그동안 보여줬던 기운 넘치는 연기와 가벼움, 그리고 과장됨의 사이에서 최상의 톤을 찾아내지 못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스크린에서의 계속된 실패 역시 아쉽다.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금지' '캐치미' '패션왕' 등 출연한 영화가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고 혹평까지 들어 주원의 필모그래피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나마 '특수본'이 그럭저럭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당시 '제빵왕 김탁구' 이후 곧장 출연한 작품인 데다 첫 영화라 주원의 연기가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고 볼 순 없다. '캐치미'와 '패션왕'의 경우엔 아예 작품 자체를 잘못 고른 케이스. 더욱이 이 두 편의 영화 속에서 주원의 연기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다. 중심이 무너져 감정선이 연결되지 않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 역시 아쉽다.

다행스러운 건 주원이란 배우가 실패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마음까지 알 순 없지만 겉보기엔 '지난 일'보다 '닥쳐올 일'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 내놓는 작품마다 줄줄이 '대박'을 치고는 한창 '시청률 보증수표' 등의 수식어로 불릴 때도 주원은 초연했다.

"이제 한번 크게 실패할 게 분명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죠. 빨리 그때가 와야 저도 다시 성장하죠." 술 한잔 제대로 못 마시는 주원이 취기 오른 맞은편의 필자에게 남긴 말이다. 이러니 믿어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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