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시대의 경쟁력은 '차별화'
진정한 스펙은 '나음'이 아닌 '다름'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다름의 시작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아는 능력 찾아야
취업고시(就業高試). [명사] 심각한 경제 불황으로 취업이 매우 어려움을 '고등고시(高等考試)'에 빗대어 이르는 말.
놀랍게도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다. 그만큼 취업을 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대학교 도서관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로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스펙'(spec)이란 'specification'의 준말로, 취업준비생들이 갖추어야 하는 '사양'을 말한다. 필수 스펙이라 일컬어지는 요소들로는 학력,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이 있고, 최근에는 봉사활동, 인턴, 수상 경력까지 추가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좋은 학점과 다양한 자격증을 비롯한 스펙 쌓기에 거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친다. 청년실업률이 10% 내외의 고공행진을 하는 시대를 살아가며, 취업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이 무거운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과연 스펙이 취업의 전부인 것일까? 눈에 보이는 지표들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토익 몇 점 이상, 자격증 몇 개 이상과 같은 기준들로 인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기업이라는 기계에 끼워 넣어도 고장 나지 않을 부품이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도전과 극복의 지혜를 얻은 사람이라면 좋은 학력과 학점,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사람보다 더 우수한 판단력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스펙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등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신입 행원을 뽑을 때 학력이나 연령, 토익점수 같은 자격요건을 폐지하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좋은 학점과 높은 영어 점수가 아닌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갖췄는지, 동료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공평한 채용 지원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은행은 고객을 마주하는 업무 특성이 있기에 밝고 적극적인 영업 자세와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뽑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렇게 뽑은 신입 행원들은 오히려 더 은행에 적응을 빨리하고 우수 직원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른바, '취업고시'라고까지 불리는 취업전선에 뛰어들 청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춘들이지만, 지금의 청춘들은 너무나도 획일화된 경험과 스펙을 갖고 동일화된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획일화된 시대에서의 경쟁력은 바로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에서 시작된다. 스스로를 '스펙을 갖춘 인재'로 맞춰나가고 가꿔나간다는 것은 개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요구하는 하나의 부품이 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스펙이란 단지 높은 영어 점수와 많은 자격증 개수로 상대방보다 '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름을 찾아내기 위한 과정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지 돋보이기 위한 스펙과 열정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구분한 뒤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 혹여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그것을 억지로 감추기보다는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빛나는 성과를 발견할 것이다. 주변의 시선과 잣대에 비교되지 말고 나만의 길과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 어떤 시작을 하더라도 그와 같은 '다름'이라면 몇 번을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저마다의 '다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취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인생 속에서 더욱 비상하는 청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