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헤어져" 전 여친 부모 살해 20대 사형 확정

입력 2015-08-28 17:54:10

대법원 최종심 선고 '총기 난사범' 이후 3년 만에

헤어진 여자 친구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20대에 대해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사형 선고를 확정한 것은 3년 만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해 여자 친구 집에 찾아가 그 부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대학생 A(25)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올 4월의 원심(대구지법)과 항소심(대구고법)에서 각각 사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극히 사소한 일에 앙심을 품고 무고한 두 명을 살해했고, 그 딸을 비롯한 유족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 속에 생을 살아가도록 한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사형 선고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9일 헤어진 여자 친구가 부모와 함께 사는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배관수리공으로 위장, 침입해 그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뒤늦게 귀가한 여자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여자 친구는 부모가 살해된 현장에서 A씨와 마주한 채 장시간 공포에 떨다가 탈출을 위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중상을 입었다. A씨는 피해자들의 피가 바닥에 흐를 때 이를 응고시킬 목적으로 밀가루를 미리 준비하고 갈아입을 여분의 옷도 챙기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이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A씨에 대해 사형을 확정한 것은 범행 동기에 비해 수법이 지극히 잔인하고 치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월 해병대 초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상관 등 4명을 숨지게 한 김모(21) 상병에게 사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A씨에 사형을 선고함에 따라 국내의 생존 사형수는 총 61명으로 늘었다. 사형 선고는 계속 진행형이지만 사형 집행은 지난 18년간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12월 김영삼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에 지존파 등을 포함한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것이 마지막 집행이었다. 이 때문에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다.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살인 행위를 범죄로 정하고 있음에도 국가에 의한 생명 박탈을 허용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사형제를 폐지하고 대신 가석방 없이 교도소에 수감하는 '종신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15대와 16대, 17대, 18대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사형 집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고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A씨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 선고 확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악랄한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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