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달의 권위주의 리더십 한계
다양성 옭아매는 유교 사고방식 탓
토론은 자신 의견 말할 때 이뤄져
먼저 말하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말하고 생각하라!" 조금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그 정체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창조경제란 통상 창의적 아이디어로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말한다. 상상력에 바탕을 둔 창의적 아이디어가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창업으로 이어지거나 기존 산업과 융합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나오는데, 다양성은 결코 말의 자유가 없이는 표출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모델, 일사불란한 독재적 통치방식, 상명하달의 권위주의적 리더십, 다른 것을 틀렸다고 배제하는 획일적 문화.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고 또 요구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모두가 가난할 때 우선 몇몇 기업이라도 성공해야 전체사회가 함께 좋아진다고 믿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힘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밑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보단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탑다운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다른 생각은 갈등을 유발하는 잠재적 악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이 사회, 즉 '말이 없는 사회'에서 다원성이 성장할 리 없다.
우리는 물론 이런 권위주의적 모델의 약효가 떨어졌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와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이런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것일까? 다양한 생각, 가치, 그리고 아이디어가 창의적 경제의 토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양성을 봉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말을 경시하는 유교적 전통 탓이 가장 크지 않을까. 예컨대 남자의 한마디는 무거운 천금과 같다는 뜻의 속담 '남아일언 중천금'은 우리에게 남자는 말을 한 번 내뱉을 때에도 생각해서 말해야 한다고 강권한다.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언뜻 자명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전통적 권위주의 문화에서 '생각하고 말하라!'라는 규칙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다. 한편으로, 말을 하려면 우선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토론을 하려면 적어도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주제에 관해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대상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질문을 잘못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제대로 묻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무엇에 관해 이미 알고 있다면 토론을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말함으로써 공통의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말을 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이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고 말하라!"는 명령은 듣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미리 헤아리고 말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자기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면,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생산적 비판조차 비난으로 간주하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듣는 사람이 총장, 사장, 회장, 대통령과 같은 윗사람이라면 우리는 그가 어떤 말을 듣기 원하는지를 미루어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말은 사전에 차단하고 봉쇄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권위주의적 사회는 '말이 없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들이 유통될 리 만무하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말이 없다. 이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먼저 말하고, 그 말이 맞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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