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입원환자 간병, 간호사에 맡기자

입력 2015-08-28 02:00:05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실물경제는 얼어붙었다. 또 후진적인 감염관리 체계로 인해 메르스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등 국가적 망신을 당하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닥터 쇼핑, 과밀한 응급실, 상급병원 쏠림현상 등을 해결하는 한편, 가족이나 간병인이 좁은 병실에서 병수발을 하는 후진적인 병원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병실을 직접 방문하여 환자를 위로하는 문병 문화와 가족간병 문화가 문병객과 가족 또는 간병인이 3차 감염자가 되거나 전파자가 되어 메르스를 확산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간병 실태는 어떠할까? 통계에 의하면 입원환자의 19.3%가 유료 간병인을 이용하고 있으며, 가족 간병을 포함할 경우 72% 정도가 비전문가의 간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개인 간병인은 일일 7만~8만원, 공동 간병인은 일일 약 3만원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고, 가족이 간병하는 경우에도 시간적, 경제적 문제 등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고통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친구의 부친이 별세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친구는 4형제로 부친이 평소 건강하였으나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1년 정도 투병하시다가 별세하였다. 빈소를 찾은 이웃 주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지극정성으로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 효심 지극한 형제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것을 듣고 대단한 형제들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나 부친의 병간호를 하면서 겪었던 말 못 할 고충을 듣게 되었다.

이와 같은 가족 간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고 가족이나 간병인이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의 감염자나 전파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013년부터 시범사업 중인 '포괄간호서비스' 즉, 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전부 책임지는 소위 '보호자 없는 병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환자 1인당 간호 제공 시간이 1.7배 증가하였고, 욕창 발생은 75%, 낙상 발생은 19%가 각각 감소하는 등 간호서비스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환자의 간병비 부담도 93% 감소하여 사적 간병비로 8만원을 부담하던 것이 포괄간호 병동에 입원할 경우 5천600원만 추가 부담하면 가능하게 되어 포괄간호 병동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는 환자의 85%가 포괄간호 병동을 재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2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로 나타난 성과와 국민들의 호평을 이어가려면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첫째, 간호인력 확보 문제다.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2018년까지 1만8천 명의 간호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간호대학 정원이 지속적으로 늘어 간호사 면허등록자가 총 32만 명이나 되지만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5만 명으로 45% 수준에 불과하다. 두 번째 수요자인 환자와 보호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환자 홀로 활동이 가능함에도 잦은 콜벨을 하거나, 환자가 간호사를 보호자처럼 다루는 행태를 고쳐야 하며 너무 편안한 병원 생활로 장기입원을 하고 퇴원을 기피하는 현상 등도 고쳐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사유로 맞벌이 부부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따로 사는 노인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가족 중 누가 입원하게 되면 남은 가족들만으로 간병을 담당하기엔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간병은 가족이 아닌 병원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24시간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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