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인 교통사고율 전국 최고] <중>노인 교통사고 많은 이유는

입력 2015-08-27 01:00:08

작년 노인 1만 명당 64.5건…사망자만 69명 '최악'

26일 대구 큰장네거리에서 한 노인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6일 대구 큰장네거리에서 한 노인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해 6월 25일 오전 11시 50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A(73)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에 치여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 사망자들은 6'25행사를 마치고 나오던 80대 노인들이었다.

#같은 달 24일 오전 6시쯤 동구 지저동 공항시장 인근 교차로에서 B(34) 씨가 몰던 승합차에 75살 남성이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날 승합차는 아양교 방면에서 대구공항 쪽으로 운행하다가 좌회전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치었다. 75살 노인이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노인을 위한 '교통 배려'는 없다."

대구의 노인 교통사고는 전국 대도시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노인들은 차를 몰거나 걸을 때에도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 교통사고도 매년 늘고 있다. 해마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늘지만, 노인은 교통 정책에선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노인(65세 이상) 교통사고 건수(노인 1만 명당)는 64.5건으로,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인 인구가 대구와 비슷한 인천(32.8건)의 두 배에 이른다. 대구와 인천의 노인 인구는 각각 30만3천 명과 29만7천 명이다. 그다음으로 광주(61.8건)와 울산(54.2건), 대전(49.6건), 서울(41.2건), 부산(38.2건) 등의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대구의 노인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노인 1만 명당 사고가 2010년 59.4건에서 2011년 60.3건으로 증가했고, 이듬해(59.0건) 잠시 주춤하다 2013년 61.0건, 2014년 64.5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노인 인구 증가 폭(20.4%)보다 노인 교통사고가 더 가파르게 증가(30.8%)한 것으로, 노인 교통사고 위험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인 교통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노인 운전자 사고나 노인 보행자 사고 모두 대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난해 노인 운전자(노인 1만 명당) 사고는 41.3건으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았고, 광주(39.7건), 울산(32.9건), 서울(31.9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산(21.7건)과 인천(17.1건)보다는 두 배 수준에 달했다. 같은 해 대구의 노인 보행자 사고(노인 1만 명당)도 22.6건으로, 17~19건 수준인 다른 특별'광역시보다 두드러지게 많았다.

사고가 잦으니 다치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해 노인 1만 명당 교통사고 부상자 수는 65.9명으로 광주(66.6명) 다음으로 많았고 인천(33.2명)의 두 배에 달했다. 보행자 사고로 인한 노인 1만 명당 부상자 수도 21.3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많은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교통약자라는 인식은 부족한 편"이라며 "시력과 청력, 근력 등 인지능력이나 신체반응이 청'장년층보다 느리기 때문에 그에 맞는 안전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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