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영진 시장, 실망했습니다

입력 2015-08-27 01:00:08

대구광역시청을 가게 되면 청사 입구에 있는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라는 큼직한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1년 전 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인데 출범 초기 권영진 시장의 시정 활동 중 시행착오로 인한 혼란과 갈등도 있었지만 참여와 소통에 방점을 두고 민생현장을 향한 광폭 행보를 거듭하여 긍정적인 평가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시정을 바라볼 때 우려를 금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되어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14일 광복 70주년 대구 신바람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 수성못 불꽃 축제 때 발생한 극심한 교통 혼잡과 무질서 그리고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가져온 대구시의 무사안일한 대처는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오로지 행복이 아닌 짜증과 불편만 초래했다. 지금까지 여러 대형 안전사고를 겪어왔던 시민들은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의 마비, 도시철도 3호선의 정원 초과와 지연 운행을 바라보며 조마조마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물론 삼성이 총괄하고 한화가 불꽃 쇼를 주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광복절 행사의 연장 선상에서 대구시는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행사 준비와 점검, 확인에 주력했어야 했고 행사 총괄 기능을 작동했더라면 이러한 아수라장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권영진 시장은 시민원탁회의, 시민정책제안공모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다양한 정책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한 행정의 참신성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대중적인 인기와 여론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대구시가 확대해 시행하고 있는 시민정책제안공모제만 보더라도 들어가는 행정력과 예산에 비해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시민정책제안공모에 접수된 건수는 640여 건인데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0.4%에 불과해 이는 행정력의 낭비이고 실적에만 치우치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므로 실제 시정과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의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감사원에서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암환자 의료지원사업이 보건복지부와 지방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빈곤 계층이 암환자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당사자들에게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는 홍보와 안내를 하여 신청하거나 기관 간 정보 연계를 통해 자동 선정되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실제 우리 대구에서도 이미 보도된 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 암환자 의료지원사업의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구군별로 80~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진 시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시민원탁회의나 고질적인 민원 해결을 위한 현장시장실 운영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민초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존을 위해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서민들이 병마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 앞에서, 암환자 지원사업이 있는지도 모르고 고통당하는 일이 없도록 좀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작동되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니 선택적 복지니 하는 논쟁의 그늘에서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이 '오로지 시민행복'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1년 전 우리 대구의 시민들이 권영진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권영진 시장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권영진이 꾸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대구시민들은 이미 눈치 채고 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오로지 시민행복, 반드시 창조대구'를 위해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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