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뷰티 인사이드' 배우 한효주

입력 2015-08-27 01:00:08

'23명의 우진'과 난처(?)한 멜로, 그냥 즐겼죠

매번 얼굴이 바뀌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남녀 사이는 아무리 첫눈에 반한다 해도, 그 관계를 지속하려면 감정을 쌓아가야 한다. 또 감정을 공유해도 얼굴이 바뀐다면 이전의 감정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을까?

배우 한효주(28)는 맞장구쳤다. "맞아요. 여주인공 이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겠더라고요. 많은 배우를 만나면서 낯설었어요. 익숙해질 만하면 없어지고, 또 익숙해지면 없어져 버렸죠. 그런 기분의 반복이니 피로감이 쌓이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영화에서 이 수많은 훌륭한 배우들을 만나 같이 연기해볼 수 있을까. 지금 즐기자'라고 생각했죠. 그러니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한효주)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 독특한 소재의 판타지 멜로인 이 영화는 2012년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해 칸국제광고제 그랑프리 등을 따낸 소셜 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를 원작으로 했다. 극 중 한효주는 나이 든 우진, 여자 우진, 외국인 우진, 잘생긴 우진, 뚱뚱한 우진, 꼬맹이 우진 등등 23명의 우진을 사랑해야 했다.

아무리 연기가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감정 연기였을 듯하다. 제작진은 한효주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배려했다. "제가 혼란스럽고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원래 현장에서 영화 순서대로 찍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에는 순서대로 해주시더라고요. 감정을 쌓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억지로 상상해서 찍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이 쌓일 수 있었거든요. 마지막 일주일 남았을 때는 너무 아쉬웠을 정도예요. 일주일 뒤면 이수가 없다는 게 쓸쓸하더라고요."

현실에서 우진 같은 남자는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한효주는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매일 얼굴이 변하는 사람인 걸 알았다면 결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이수처럼 그 남자에 대해 알았다면, 고민하고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옆에 있어 줄 것 같아요. 우진이는 여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는 인물이거든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힘들었겠지' '내가 옆에 있어줘야겠다'며 노력할 것 같아요.(웃음)"

'뷰티 인사이드'는 내면의 아름다움, 즉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제목인데 잘생기고 멋진 배우들이 영화의 중요한 러브신을 채운 건 아쉬운 지점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배우들은 로맨스가 있어도 웃음으로 이용된다. 흥행성과 대중성을 고려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하지만, 감독의 고민이 덜 드러난 지점으로 비치기도 한다.

한효주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그런 평가가 아쉽긴 하다. 편집된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찍을 때 다른 모습도 있긴 했다"며 "김민재 씨와 마주하는 신에서는 냉장고를 열었을 때 백허그 스킨십도 있었는데…. 또 뽀뽀신은 모든 배우와 다 했는데 편집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한효주는 우진과 이수의 사랑을 지지했다. 그는 사랑에 대해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사랑인 것 같다. 그 사람을 내 식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또 나를 그 사람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서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이는 것과 결합이 돼 완성이 되는 걸 테지만, 외적인 것과 더불어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뷰티 인사이드'는 한효주의 예쁜 얼굴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백 감독님의 욕심"이라고 미소 지으며 "안 예쁘게 나오는 걸 본인이 참지 못하는 것 같다. 화면부터가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물론 한효주 본인도 "저도 소장하고 싶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한효주는 전작 '쎄시봉'과 '반창꼬', 심지어 '감시자들'에서도 예쁜 모습이었다. 아름답게만 나오는 게 배우에게는 별로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니, 본인도 고민하는 부분이었던 듯 "다음 작품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효주는 "지금 촬영 중인 '해어화'는 이전 작품들과는 정말 다를 것"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역할이다. 힘들고 어려울 것 같다. 감정적으로 다가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욕심이 났다"고 덧붙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기생의 사랑과 관련한 '해어화'인데 등장인물이 예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니 웃는다. "예쁘게 담기는 건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경계해야 할 것 같고요. 영화에서 예쁘게 나오다 보니 실제와는 괴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실제 저를 보고 '에이, 그렇게 예쁜 건 아니네!' 할까 봐 걱정된다니까요."

한효주는 23명의 우진과 이전 작품에서 한 번도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다고 했다. "신기할 정도"라는 그는 "현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상황에 따라 추가되는 대사가 있었거든요. 조달환 씨가 '불편하게 생겼지?'라고 하는 부분도 현장 애드리브였어요. 시나리오에서는 일상적인 대사였는데 그렇게 바뀌니 웃겼죠. 이런저런 설정을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바뀐 것도 꽤 있어요. 우에노 주리 씨가 일본어로 말하지만 듣지는 못하는 설정도 현장에서 얘기된 것이었죠.(웃음)"

어떤 배우와의 호흡이 가장 어려웠을까. 한효주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꼬마 우진과의 호흡이 가장 난감했다"고 떠올렸다. 상황이 재미있긴 했는데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아이와 어떻게 연기할까 생각했죠. 문 열었을 때 이 꼬마가 딱 나타났을 때, 당황한 제 모습이 연기한 게 아니라 실제였다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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