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간질로 발달장애 앓는 양다해 양

입력 2015-08-26 0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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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나이 발달 수준은 7개월, 제발 '엄마'라는 말이라도…

태어날 때부터 간질을 앓는 양다혜 양의 치료비 걱정에 엄마의 걱정은 점점 깊어진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태어날 때부터 간질을 앓는 양다혜 양의 치료비 걱정에 엄마의 걱정은 점점 깊어진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양다혜(가명'4) 양은 엄마와 눈을 제대로 마주친 적도, '엄마'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 다혜는 생후 100일 만에 간질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만 세 살이 넘었지만 지금 발달 수준은 7개월에 불과하다. 다혜 엄마는 또래 아이들이 온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온 다혜 엄마의 곁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곁에서 지켜줄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게 딸에게 가장 미안해요. 다혜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고 평범하게 자라는 게 저의 가장 큰 소원이에요."

◆어린 나이에 낳은 딸

4년 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다혜 엄마는 당시 대학생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다혜 엄마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배가 불러올 때쯤에야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말에 친정 부모님은 노발대발했다. 부모님과 갈등을 좁히지 못한 다혜 엄마는 결국 집을 나왔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친정 부모님께는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몇 년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부모님이 저에게 실망을 많이 하셨는지 제가 가출한 뒤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어요.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다혜가 아프다는 말도 부모님께 하지 않았어요."

결혼식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도 없이 시작한 가정이었지만 처음 몇 달간은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단칸방에 살며 남편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가면서도 부부는 어린 딸을 보며 늘 웃음 지었다.

하지만 다혜가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딸이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났을 무렵 선천적으로 간질이 있고, 발달이 최대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밤새 발작을 일으키는 딸 때문에 부모는 점차 지쳐갔다. 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을 때마다 수십만원씩 드는 병원비로 생활도 점점 어려워졌다.

남편은 급기야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기까지 했다. 결국 함께 산 지 1년 만에 남편은 집을 떠났다. 다혜 엄마가 울며 불며 매달려보고 휴대전화 번호를 수소문해 연락도 했지만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연락하면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협박만 할 뿐이었다. "아픈 딸을 돌보는 것도 힘든데 주위 가족도 다 떠나버려서 너무 외로웠어요. 친정 부모님, 아이 아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요."

◆엄마 홀로 힘든 간병 생활

남편이 떠나고 지난 2년간 다혜는 수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경기가 멈추지 않아 한밤중에 탈진한 적도 있었고, 병원에서 정해준 식이요법이 다혜에게 맞지 않아 몸무게가 3분의 1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그럴수록 엄마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본인이 아니면 세상에서 다혜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엄마는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 다혜가 얼마 전부터 병원을 옮겨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시작했는데 병원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친구들에게 조금씩 빌리거나 구청의 긴급생계비로 고비를 넘겨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매달 병원에 갈 때마다 필요한 뇌파 검사, 약물치료, 교통비만 해도 수십만원씩 깨지기 때문이다. 엄마는 혹시라도 딸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발달에 지장을 줄까 봐 걱정이다. 유아 시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뇌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효과가 커지는 만큼 치료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딸에게서 아빠 그늘이 보이지 않도록 양육, 치료에 온갖 노력을 할 거예요.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친정 부모님도 제 노력을 보고 다시 딸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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