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오정 유머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군에 입대한 사오정이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를 받아 일등병이 되었다고 가정한다. 하루는 내무반에서 선임병들이 먹다 남긴 건빵을 주워 먹고 있는데 밖에서 날카로운 호각 소리와 함께 '연병장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사오정이 입가에 건빵가루를 묻힌 채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경상도 출신 상병이 "야 사오정 일병! 빵까루 띠라"고 고함을 쳤다. 사오정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엉거주춤 서 있자, 상병이 "빵까루 띠란 말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두들 연병장으로 뛰어나가는 판에 사오정 혼자 부대 바깥에 있는 '벙커'쪽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건빵'하면 이렇게 군대생활을 떠올린다. 수분이 많은 발효 빵과 달리 건빵은 보존성이 높고 휴대하기 편리해 19세기부터 유럽에서 항해용 휴대식량으로 사용했는데, 특히 군대의 비상식량으로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북전쟁 때도 건빵을 군용식량으로 이용했다. 현재의 건빵 모양은 2차 세계대전 무렵 일본군이 전투식량으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평상시 한국군에 보급되는 건빵은 주로 '졸병'들의 군것질용으로 활용되기 마련이었다. 별사탕에 정력감퇴제가 들어 있다는 풍문에도 불구하고, 훈련병이나 이등병 시절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몰래 먹던 건빵 맛은 차라리 눈물겨웠다. 요즘은 건빵도 진화해서 '보리 건빵' '현미 건빵' '녹차 건빵' '검은콩 건빵' 등 다양한 종류가 나오고, 요리법도 다채롭게 개발되었다. 그러나 군대생활의 애환이 남긴 이른바 '눈물 젖은 건빵' 맛에 비길까.
군 복무 중 직접 경험한 일이다. 벼 베기 대민봉사를 나갔다가 민가에서 마련한 음식을 모처럼 과식한 탓인지 며칠째 체증이 내려가지 않았다. 군의관을 찾아갔더니 약 한 봉지를 주며 물에 타서 마시고는 연병장을 두 바퀴 돌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체증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그 약이 신통하다 싶어 군의관에게 물어봤더니 '건빵가루'였다며 껄껄 웃는 것이었다.
한 봉지 1천원짜리 건빵을 30만원짜리 건강식품으로 둔갑시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칠순의 파렴치범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아이들의 성장 촉진과 면역력 향상에 특효라며 같은 노인들의 손주 사랑을 악용한 것이다. 건빵을 먹던 사오정 일병이 기가 막히고, 건빵가루 처방을 했던 군의관이 무색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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