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한국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지도자에서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대망을 좇았던 한 전 총리의 꿈이 유죄확정으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1993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에 선출되면서 '여성운동의 대모' 자리를 굳힌 한 전 총리는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비례대표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국민의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참여정부 환경부 장관을 지냈으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고양 일산 갑)에 도전, 당시 한나라당의 중진 홍사덕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참여정부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임명되면서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며 2007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뇌물 수수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며 수난이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판결 후 배포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공정해야 할 법이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닌 정치권력이 개입된 불공정한 판결"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정치보복이 한명숙에서 끝나길 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새누리당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야당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정치검찰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법원에도 유감을 뜻을 밝혔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사필귀정이다"며 "한 전 총리는 검찰 기소 이후 5년 1개월 만에, 항소심 판결 이후 2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 국민이었다면 그렇게 긴 시간을 끌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판 결과에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부당하다"며 "오늘 대법원은 무고한 죄인을 만들려는 검찰의 비열한 행태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