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에서 낯익은 얼굴의 배우들을 보게 된다. 한 공중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어셈블리' 촬영 때문인데, 얼마 전엔 극 중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의 비서 역할을 맡은 옥택연이 국회의사당 건물 주변을 수없이 반복해 뛰는 장면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도 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어셈블리는 정치 드라마다. 그 무대가 기자가 매일 발을 딛는 국회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청자가 됐다.
꼭 챙겨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과연 기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정치를 얼마나 실감 나게 그려낼까, 드라마와 현실정치를 비교해가며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게 재미있어서다. 작가와의 개인적 인연도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다. 작가는 대하사극 '정도전'으로 유명세를 탔는데, 그보다 10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이색 경력이 좀 더 진솔한 정치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어 기대감을 갖게 됐다.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정치판에 던지고 싶어하는 메시지도 궁금했다.
첫 회, 정치 컨설턴트 최인경(송윤아 분)은 여당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도와달라 찾아온 '회장님'에게 "공천이 당선보다 어려운 것이 한국 정치"라고 말한다. 그 공천 때문에 친청계-반청계는 반목한다.
친박-비박, 친노-비노 세력 등이 상대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또 내년 20대 총선룰을 정하는 걸 두고 오픈 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내세워 숟가락 전쟁을 펼치는 여야의 모습은 드라마와 꼭 닮았다.
어셈블리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고자 노력한다. 국회의원 금배지를 무소불위의 '완장'이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상징'으로 정정하고 "뭐라도 하라고 국민이 월급 준다"는 진상필 의원의 말로 국민정서를 대변하며 게으름 피우는 의원들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한다. 명분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정치에 감동했다"는 말을 들려주려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어떤가? 국민이 준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갑(甲)질'한 정황이 포착돼 시끌벅적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자녀의 취업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희망은커녕 젊은이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주고 있다.
나라 전체와 국민을 함께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국민한테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드라마 속 진상필 의원을 여의도에서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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