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시대의 예술

입력 2015-08-20 01:00:01

좋은 공연을 보고 난 후 공통된 반응은 열광과 일치감이다. 필자가 프랑스 파리 유학 초기 아시아 박물관에서 개최된 인도 음악콘서트에 간 적이 있는데 콘서트가 끝난 직후 1천여 명의 관객이 모두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음악과 함께 신비스러운 시공으로 여행하여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이었다. 무대와 관객이 만나는 공간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고 있으며, 예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형태와 스타일에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스 시대 시민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치유를 받기 위하여 디오니소스 축제를 보러 갔다. 열광, 카타르시스, 치유는 그리스 연극의 키워드이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노래, 무용, 연극이 통합된 공연 형태로서, 동양에서는 악(樂)의 개념으로 상통한다. 원래의 예술은 통합의 형태로서, 최근 들어 융합이 문화 예술과 학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둘은 상통한다. 무용과 영화의 융합으로 예술 미디어의 미래를 향한 지향점이 되고 있는 비디오 댄스는 스크린 댄스, 댄스 필름, 댄스 시네마, 댄스 온 카메라, 시네 댄스 등 여러 용어로 불린다. 안무가, 영화, 비디오 감독, 영화팬과 무용팬들이 만나 교류하는 플랫폼이며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예술 장르이다. 유럽은 일찍이 국영 텔레비전을 통하여 비디오 댄스를 자국의 문화를 경쟁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그 여파로 이 예술 장르가 활성화되어 글로벌 시대인 현재 페스티벌, 인터넷, 스마트폰, 유튜브, 인터넷방송을 통하여 세계가 하나 되는 전파망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여러 형태의 테크놀로지가 예술에 수용되고 있다. 흔히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인간성에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하여 세계가 하나가 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필자가 한국에서 창작한 작품 '장독의 노래'로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여러 나라를 방문하였는데, 한국의 장독 이미지, 장독을 타악기로 이용한 무용과 장독 소리가 스크린을 타고 세계의 관객과 소통할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얻는 영감과 문제의 절실함이 작품의 필연성이 되어 표현될 때 강렬하게 소통되는 바탕이 됨을 실감하였다. 또한 지난 5월 필자는 계명대에서 국제 비디오 댄스 페스티벌을 홍콩의 페스티벌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이것은 세계 여러 나라 비디오 댄스 혹은 스크린 댄스 작품을 한국으로 초청한 것으로 중국, 대만, 홍콩, 한국을 잇는 아시아 네트워킹의 일환이었다. 여기서 선보인 작품 중 글로브 트로트는 7개 대륙, 23개국에서 촬영하였는데, 쉬운 안무를 통하여 한 나라에서 다음 나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으로,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세계가 하나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봄으로써 세계를 여행한 듯한 느낌으로 다가와 감동을 주었다.

비디오 댄스는 치유의 힘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댄스 카메라 웨스트 페스티벌은 비디오 댄스를 공항과 병원에서 스크린에 상설 상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은 예술이 극장에서만 아니라 감상자를 찾아가는 전달 방법의 확산과 대중화의 전파력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은 순간의 예술로서 생생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귀중함이 있지만, 그 순간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다. 무용이 영화와 결합하여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받지 않고 디지털화되어 기억의 예술에 속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용영화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과 미디어 힘, 전파력은 나날이 글로벌화 하는 세계에서 현재와 미래의 비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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