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 지킨 광복절 특사가 법치주의 빛낸다

입력 2015-08-14 07:37:40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 6천527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과 건설분야 입찰 제한 등 행정 제재를 받은 220만6천924명에 대해서도 제재를 특별감면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 사면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 국민이 공감할 절제된 사면이라 평가할 만하다.

먼저 재벌 회장들이 대거 배제됐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췄다 할 수 있다. 당초 최 회장을 비롯해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의 사면이 검토됐으나 4년형 중 2년 7개월을 복역한 최 회장만 사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안팎에서는 국가 경제 침체를 이유로 재벌 총수들의 사면을 요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재벌의 범죄를 면해 주는 것은 국민 기대에 분명 어긋나는 일이었다. 정부가 특사의 이유로 내세운 국민 대통합과도 거리가 멀었다.

부정부패 공직자나 정치인을 배제한 점도 긍정적이다. 뇌물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경제인이라 할지라도 뇌물을 공여한 사람은 철저히 제외했다. 과거 부정부패 정치인들이 대통령 특별사면이라는 특혜를 입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기가 다반사였다. 이번 사면은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근혜정부의 집권 초기 원칙을 이어갔다는 의미가 깊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사면권 행사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면권이 남발되면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그릇된 의식만 심어준다. 특히 재벌 총수나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오히려 지도층이기에 더 혹독한 법 집행을 겪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과 같은 사면 원칙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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