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학터널의 진실(?)

입력 2015-08-13 07:00:00

"저런 터널을 왜 만들었죠. 뭔가 이유가 있을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6월 말 독자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무용지물 논란을 빚고 있는 무학터널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분은 대구시경찰청과 청호로(황금고가교~관계삼거리)를 잇는 무학터널이 개통됐지만 오히려 주변 차량 정체가 더 심해졌고 이런 곳에 터널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평소 이곳을 한 번씩 지나다니던 기자도 궁금했다. '왜 만들었을까'. 취재가 시작됐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600여m에 이르는 터널과 진입도로를 포함해 1천298m 구간을 준공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365억원이다. 재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대구시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정도 돈을 투입한 터널의 실효성이다.

터널이 개통됐지만 계획 당시 시가 예측했던 통행량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데다 교통분산 효과는 고사하고 주변 정체가 심해졌다는 시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2009년 터널 착공 이전 대구시가 예상했던 퇴근 시간(오후 6~7시)대 교통량은 편도 기준 1천231대였다. 하지만 현재 평균 통행량은 425대에 불과하다.

통행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 통행량이 없거나 운전자들이 별다른 편의성을 느끼지 못해 대안도로(무학터널)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터널 준공 이전 운전자들은 시경찰청에서 수성소방서를 잇는 2차로의 이면도로를 이용했다. 아파트 단지가 접해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불편을 빼고는 평소 이 도로는 별다른 정체가 없는 구간이었다.

무학터널이 개통되면서 터널 통과 구간은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게 됐지만 터널 진출입로에 신호등이 설치되면서 운전자들은 터널 진입을 위해 신호를 기다려야 하고 나올 때 다시 신호를 받아야 한다. 신호 대기 시간을 합치면 터널 통과 이점이 전혀 없는 셈이다.

어차피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간 만큼 통행량이 적더라도 정치적(?) 이유로 필요성 없이 만들어진 전국의 다른 도로처럼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은 터널의 존재로 인해 운전자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시경찰청 방향에서 터널을 빠져나와 접하는 무학네거리는 원래 삼거리였다. 네거리가 되면서 신호체계가 복잡해졌다. 여기에 청호로 통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황금고가교에서 범물동으로 진입하던 차량은 예전에는 없던 신호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가 되면 없던 정체가 무학네거리에서 상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완전한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무학터널은 태생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다. 공사비에 들어간 금액 중 230억원은 기부채납으로 받은 돈이다. 황금동 주상복합아파트인 SK리더스뷰 착공 당시 대구시가 아파트를 지으면 주변 차량 정체가 일어난다며 시행사로부터 허가 조건으로 받은 돈이다. 당시 대구시는 대단지 아파트 사업 승인이 들어오면 관례로 기부채납을 요구했다. 아파트 사업 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다. 명분은 좋지만 기부채납은 아파트 분양가 고공 행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을 받았고 결국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기부채납 행위를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하여튼 당시 대구시는 SK리더스뷰와 인접한 황금네거리 지하차도 건설비 명목으로 기부채납을 받았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지하차도 건설은 무산됐고 용처를 고민하던 시는 대안으로 무학터널 건설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대구시의 '갑질'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공무원의 '갑질'이다.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시공업자에게 돈을 받아낸 뒤(물론 입주민의 돈이지만) 전혀 필요 없는 터널을 만들었고 시민에게 불편을 준 셈이다. 이상이 무학터널을 지나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20년 이상 신문사에 몸담은 기자의 한 명으로서 내린 무학터널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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