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청소년] 손자가 대변을 가릴 나이가 됐는데 가리지 못해요

입력 2015-08-13 01:00:01

◇고민=11세 손자를 둔 할머니입니다.

손자는 하루에 몇 번씩 그냥 대변을 봐서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보도록 가르쳐도 옷을 입은 채 대변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손자의 행동 때문에 병원을 찾아 진찰도 받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배변 곤란으로 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데 우리 손자가 왜 이러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해법=이런 경우에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정말 난감하고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대소변 가리기가 안 된다고 할 때, 부모뿐 아니라 아동 본인도 창피함과 걱정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유분증은 아무런 신체적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고 있는 옷이나 부적절한 장소에 대변을 그냥 흘리는 것을 말합니다. 4세 이상의 아동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이러한 일을 일으키면 유분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분증의 유병률은 7, 8세 아동 중 평균 2, 3%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유분증은 밤보다 낮에 더 자주 발생하므로 유뇨증(소변을 통제하지 못하는 증상)보다 더 눈에 띄고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기 쉽기 때문에 부모나 아동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습 문제,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학교생활 부적응, 섭식장애 등 2차적인 문제 행동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사례 아동의 경우도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음식을 과하게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있어 위축되고 자기존중감이 낮았습니다.

유분증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처음으로 배우는 배변 훈련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대장이 운동을 해야 할 때를 전하는 근육과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를 인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동은 때로 이 신호를 무시하거나 억제하는데, 특히 재미있는 일을 할 때 더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히 실수를 하게 되면 아동이나 타인은 불쾌감을 느끼게 되어 어떤 아동은 이러한 일을 피하기 위해 대변을 억제하고, 이후 오랫동안 결장에 배설물이 쌓여 거대 결장증을 일으키게 되기도 합니다. 배설되지 않으면, 대장의 배설물이 커지고 굳어지고 건조해져서, 대장 운동을 더 하는 것이 고통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팽창된 근육과 신경은 아동에게 대장 운동을 해야 한다는 신호를 점점 약하게 보내고 이러한 신호의 감소로 대변 사고가 일어나고, 결장과 직장은 필요한 것만큼 비워지지 않게 됩니다.

사례 아동은 상담 직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검사결과 지나치게 대장이 팽창되어 있는 상태로 내과적 약물치료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사례 아동은 2세경에 엄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엄마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이후 친할머니가 양육과 엄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한 가족사가 있었습니다. 아동은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에 교통사고로 안정된 배변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모가 가정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어려운 상황이라 아동에게 지나치게 체벌과 혼을 냈던 경험으로 아동 스스로 대소변 가리기에 성공하여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동은 장시간 엄마와 떨어져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마음에 화장실 가는 시간을 미루었던 듯합니다. 이렇듯 아동의 이상행동은 적절시기에 안정된 배변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은 엄마와의 불안정화된 애착 형성의 문제 등이 중첩되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상담과정에서 행동주의적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동이 직장의 신호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배변 절차 가르치기, 아동이 화장실을 사용하여 속옷이 깨끗할 때 엄마와 할머니가 칭찬해주기, 식사 후의 규칙적 배변하기 등과 아동이 변기에 앉는 것을 덜 민감하게 느끼도록 놀이나 책읽기 시간을 가진 후에 몇 분간 항문 괄약근을 긴장시키고 이완시키는 훈련을 실시하는 방법도 병행하여 대변 가리기 훈련 과정이 전쟁을 치르듯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겪어 내는 과정으로 인식되도록 했습니다.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시키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을 넘겨주는 일입니다. 대소변을 만들어내고, 배출하기 위해 요도구를 열고 항문을 여는 것 모두 아이의 권한입니다. 또한 혼났던 경험, 고통스러웠던 경험, 무서웠던 경험들은 대소변 가리기 훈련 과정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아동의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야단치거나 "너 몇 살이니? 아이, 더러워"라고 말하기보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절대로 이것에 대해 더럽다든가, 창피한 일이라는 식으로 반응함으로써 아이에게 수치감을 느끼게 하거나 부모가 자신을 창피하고 더러운 존재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동의 실수에 대해 과잉 반응보다는 부드럽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심리적 문제와 함께 장의 문제 등 신체적 증상으로 대소변 가리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아동이 대변을 본다는 것이 매우 기분 좋고 홀가분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소변 가리기 훈련은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과정이므로 부모의 많은 격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