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목함지뢰

입력 2015-08-12 02:00:00

땅속에 묻혀 있다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터지는 지뢰는 지상군에게 있어 큰 위협이다. 다른 무기와는 달리 숨겨져 있으니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지뢰는 대개 적의 공격을 늦추거나 막기 위한 방어용으로 사용된다.

오늘날 사용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지뢰라면 우리나라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광해군 시절인 1612년 호서지방의 조천종은 가마솥 크기의 대형지뢰 '파진포'를 만들었다. 몸체와 폭발 장치, 화약으로 구성된 폭발물이었다. 이를 만드는 데 주철 100여 근이 사용됐다.

적이 그 위를 지나다 밟으면 안에 들어 있던 차돌(부싯돌)과 이륜철(톱니바퀴 모양 금속바퀴)이 마찰을 일으켜 화약에 불이 붙고 몸체가 폭발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오늘날의 지뢰와 같다. 당시 병조에서 시험한 결과 연기와 화염이 공중에 가득했다고 한다. 불덩이가 땅 위에 닿으면 절반쯤 산을 불태웠고 수천 명의 군사일지라도 한 발의 파진포로 살상할 정도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광해군일기는 기록했다.

인조 때 심종직은 지뢰포를 만들었다. 여러 개의 진천뢰를 땅속에 묻고 이를 화약선으로 연결해 터뜨리는 방식이었다. 지뢰포 1좌(坐)를 만드는데 가판 반쪽, 송판 5쪽, 수철 50근, 정철 5근, 숙마 1근이고 화약은 진천뢰의 다소에 따라 6, 7근이 든다고 하였다. 최초의 목함지뢰였던 셈이다.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파진포와는 달리 지뢰포는 1627년부터 대량 제조됐다. 비싼 철판 대신 목판을 사용하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인조실록엔 황주, 안주 두 성에 각각 지뢰포 4, 5좌를 만들고 기타 군사를 매복할 만한 요새지에도 제조 설치하게 하라는 기록이 전한다.

19세기 훈련도감에서 편집, 간행한 군사기술서 '융원필비'는 목통과 매화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목통이란 지뢰를 일컫는 것이고, 매화법은 지뢰를 매설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북한이 조선시대 때나 이용됐음 직한 목함지뢰를 남쪽 땅에 심었다. 그리고 우리 부사관 두 명을 다치게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04년 9월 22일 "세계 최초의 지뢰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파진포"라고 자랑한 바 있다. "조선은 지뢰의 발명과 이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자랑거리가 하나 늘었다. 방어용인 지뢰를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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