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신동빈…고개 든 '反롯데'

입력 2015-08-12 02:00:00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기업", 아버지 신격호에 "존경한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고,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고리 1년 내 80%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한 듯 '롯데는 한국 기업'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되려 어눌한 한국어 구사와 자신이 끌어내린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존경한다'는 회피성 발언 탓에 반(反) 롯데 정서를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우리 말로 기자회견을 했지만 말투에서는 일본어 억양과 발음이 강하게 묻어났다. 온라인 반응도 냉소적이다.

네티즌 가운데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으면 말과 생각이 일본인과 같을 수밖에. 무늬만 한국인 아니냐' '기자회견 하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는 등의 반감 섞인 반응이 많았다.

오너 일가끼리 일본식 이름을 부르며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국민적 반감을 누그러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네티즌은 '경영권 분쟁은 가족 내부 일이고, 순환출자 문제는 법적인 문제인데. 국민 여론을 친(親) 롯데로 만들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동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신 회장 발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 회장이 이날 아버지의 의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달 2일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신 총괄회장 발언 동영상이 공개되자, 롯데그룹은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신 총괄 회장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정신 건강 상태까지 이용하는 재벌 오너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국민감정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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