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동 전신주 옮겨야 되는데…비용은 누가?

입력 2015-08-10 01:00:00

신축주택 주차장 진입로 설치 방해…건물주 "처음에 잘못 세운 한전 탓"

대구 서구 평리동 한 도로변 전봇대가 택지 한가운데 설치돼 있다. 이곳에 주차장 진입로를 내려는 건물주와 한전 측이 전신주 이설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홍준헌 기자
대구 서구 평리동 한 도로변 전봇대가 택지 한가운데 설치돼 있다. 이곳에 주차장 진입로를 내려는 건물주와 한전 측이 전신주 이설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홍준헌 기자

신축 주택의 주차장 진입로를 가로막은 전신주 이설 비용을 놓고 건물주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건물주는 한전이 전신주를 택지 앞 인도 한가운데 설치한 탓에 건축에 지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전 측은 전신주 이설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 한 도로변에 상점 건물을 갖고 있던 김모(50) 씨는 올해 6월 이를 허물고 주택을 짓고자 건축 설계를 시작했다. 김 씨는 건축법에 따라 옆 건물에 일조권을 침해하지 않는 북쪽에 주차장을 설치하고 대문 앞 인도에 진입로를 내려 했다. 그러나 진입로를 설치하려는 인도에는 전신주가 설치돼 있어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전신주는 옆 건물과의 경계에서 김 씨 건물 쪽으로 약 2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김 씨가 이를 문제 삼아 한전 대구본부에 전신주 이설을 요청했으나, 한전 측은 김 씨에게 520만원의 이설비를 청구했다.

한전의 배전선로 이설업무지침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 부지에 있는 전신주가 건물 신'증축에 지장을 줄 때, 공유지에 있는 전신주가 사유 건물과 일정거리(2m) 이내일 때 한전이 이설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김 씨 사례의 경우 전신주가 건물에서 2m 이상 떨어진 인도에 위치한 만큼 자사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씨는 한전이 전신주를 건물 앞에다 세운 만큼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전신주 시공 기준에 따르면 ▷인가 밀집 지역이나 발전 소지가 있는 곳 ▷시공 후 책임소재 등 이해관계가 야기될 수 있는 곳 등의 경우 미리 문제점을 조사한 뒤 전신주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는 것.

김 씨는 "애초에 전신주를 택지와 택지 사이 경계에 설치했다면 이 같은 불편이 없었을 것"이라며 "공기업이 건물주에게 피해를 주게끔 시설을 설치하고도 이제 와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 측은 "집과 집 사이에 전신주를 설치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 서대구지사 관계자는 "김 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건물주들이 한전 지침에 따라 비용을 부담해 왔는데, 김 씨의 요구만 들어주는 것은 특혜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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