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교육과정 운영 대구 일반고 3곳 사례

입력 2015-08-10 01:00:00

심화과목 개설 집중 교육 "자사고 못지않네"

일반고가
일반고가 '중점 학교'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학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경상여고의 수학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모습, 영어 중점 학교인 대구고의 1학기 학업 성과 발표회 풍경, 매천고의 미술 작품 전시회 현장. 경상여고'대구고'매천고 제공

일반고가 위축됐다는 말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영재학교,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등의 위세에 눌려 일반고가 기를 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그 같은 고교로 몰려가면서 일반고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율형공립고 육성 등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점 학교' 운영도 그 같은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 중점 학교는 특정 교과 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수준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대구에선 현재 13개 고교가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들 고교 중 3개 고교의 중점 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경상여고의 수학 중점 교육과정

경상여자고등학교가 역량을 쏟아붓는 분야는 수학이다. 이곳은 1학년 30명, 2학년 26명을 대상으로 수학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수학 진로집중과정반에 속한 학생들은 주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소화하는 수학연습, 고급수학 등의 과목까지 듣는다. 이곳 1학년 경우 일반고와 비슷하게 주당 4시간 정도 수학을 배운다. 하지만 2학년이 되면 수학 공부량이 대폭 늘어 주당 정규 수학 수업만 12시간이다. 일반고보다 5시간 정도 더 수학을 배우는 셈이다.

아무리 수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 해도 책만 잡고 있자면 지겨울 수도 있는 법.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학교 측이 기획한 것이 수학 캠프다. 지난달 중순 경상여고는 나흘 동안 '제2회 경상 수학 캠프-수학을 사랑하는 시간 2015'를 운영했다. 이 캠프에는 멘토 역할을 맡은 대학생 8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한국장학재단(KOSAF)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경북대 재학생들이었다.

수학 캠프를 지도한 이은주 교사는 "수학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과목이지만 모든 자연계열 학문의 기초일 뿐 아니라 대학입시에서도 비중이 커서 소홀히 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수학은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과목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8개조로 나눠 수학 교과에서 주제를 하나씩 정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생 멘토들은 전공 지식을 활용, 학생들의 발표를 도왔다. 또 이들은 학생들과 함께 DNA 추출, 금속과 산 염기 적정 등 다양한 화학'생물 실험도 했다. 학생들은 멘토들과 대학 생활과 전공,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캠프에 참가한 허지원(2학년) 양은 "수학 캠프를 통해 실험, 수학 연구 활동, 강의 등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열심히 공부해 대학생이 되면 경상여고 후배들에게 내가 도움을 받았던 만큼 다시 나눠 주고 싶다"고 했다.

경상여고 이재국 교장은 "수학 진로집중과정반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등 우리나라 이공계를 이끌어갈 여성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고의 영어 중점 교육과정

대구고등학교는 올해 처음 중점 학교로 지정받았다. 대구고가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은 영어. 대구고는 1학년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영어 중점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영어 수업에 더해 주당 6시간 영어 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또 2학년과 3학년도 각각 심화영어회화, 심화영어 수업을 추가로 듣는다.

이곳 영어 중점 교육과정의 특징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와 연계해 가르친다는 점이다. 대구고는 영어 도서를 대량으로 구매, 영어 전용 도서관을 구축하고 '영어 독서지수 측정 프로그램'을 갖춰 학생들이 측정된 지수에 따라 체계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잉글리시 북클럽'(English Bookclub) 시간을 마련, 책을 읽고 독서 이력서(Reading Log)를 작성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원어민 강사와 함께하는 독서 토론 시간을 통해 독서 능력과 말하기 능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도도 하고 있다.

대구고는 학생들의 성취욕을 북돋우기 위해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 영어 프레젠테이션 대회 등 다양한 영어 관련 행사를 연다. 지난달 14일 대구고 영어 전용 교실에선 영어 중점 교육과정 학생들의 1학기 학업 성과 발표회도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그동안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발표했다.

대구고의 특색 있는 영어 중점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전차민(1학년) 군은 "원어민 수업, 잉글리시 북클럽, 글로벌 문화 교류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회화 능력뿐 아니라 깊이 있는 영어 활용 능력을 기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영어 교사라는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구고는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학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고 김재원 교장은 "영어 중점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자질을 다양하게 갖추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매천고의 미술 중점 교육과정

매천고등학교(교장 김종호)는 지난해부터 미술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 2학년 각 한 학급이 그 대상이다. 이 교육과정에 속한 학생들이 단순히 미술 실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미술 실기 능력 향상 특강과 전시회 활동 외에도 미술 독서 프로젝트, 재능 나눔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미술 독서 프로젝트는 방과후 수업 시간을 활용, 학교가 선정한 미술 관련 책을 읽고 분석하며 토론하는 과정. 1학년 31명을 위한 선정 도서는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지음) ▷창조의 박물관(이주헌 지음). 2학년 24명은 ▷미학 오디세이(진중권 지음) ▷보통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기(민효인 지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 등 3권을 읽으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북구 태전동에 자리한 글로리지역아동센터를 찾아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지도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다문화 한마당 축제에선 이주 노동자 가족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등 재능을 기부했다.

현재 매천고 5층 전시장 '매'화'랑'(梅'畵'廊)에선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주제로 미술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는 미술 중점반 학생들의 작품을 비롯해 수요 방과후 특강인 '붓으로 놀자'와 '미술과 놀자' 수업의 결과물 등이 전시 중이다. 특히 전시장 벽면 곳곳에 붙여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인터넷 카페에 접속하게 돼 이곳에 전시된 작품 외에도 미술 중점반 학생들이 완성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 달 3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미술 중점반 한휘랑(2학년) 군은 "처음에는 저녁 늦게까지 남아 그림을 그리는 일이 힘들었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며 "지금은 모든 미술 관련 활동들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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