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내내 라면만 먹어도, 무대 서는 순간엔 희열 느껴요"
"돈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있으니까요."
뮤지컬 배우 김현규(32) 씨와 연극배우 이재남(28)'김재명(28)'조성준(29)'조정웅(31) 씨의 평소 생각이다.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뮤지컬, 연극 등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들에겐 늘 '경제적 궁핍' '가난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인터뷰 도중 솔직 토크를 하니, 청년실업 등 현실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정부 대책도 믿지 않아요. 늘 말만 그렇지. 우리 청년 예술인들은 그저 아르바이트로 연명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니까 가능하면 불평'불만을 하지 않으려 하죠."
4일 오후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 '아르떼의 꿈'이라는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 청년 5인의 표정은 밝았다. 현실을 얘기할 때는 다소 침울하기도 했지만 이들에겐 '무대'라는 큰 안식처가 있었다.
◆'5포 세대'라지만 꿈이 있어요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에 이어 5포 세대(3포+내집 마련'인간관계)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요즘 청년실업 시대지만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하는 5인의 대구청년들은 꿋꿋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의 벽이 이들의 꿈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대구 연극판에서 10년 동안 고생하다 스타 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이성민과 대구에서 태어난 조연 배우 오달수 등 '명품 배우'를 꿈꾸며 연습실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었다.
5명 중 유일한 뮤지컬 배우인 김현규 씨는 현재 뮤지컬 '그대와 영원히'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계명대학교에서 성악과 연극예술을 동시에 전공해 뮤지컬 배우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여자친구도 없죠. 집안의 반대도 있었죠. 돈도 없죠. 한 달 내내 라면, 비빔면, 짜파게티만 먹은 적도 있어요. 그래도 무대에 서는 그 순간만은 희열을 느낍니다.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을 느낍니다."
조정웅 씨는 개성 있는 연기로 지역 연극판에서 활약하고 있다. 3년 전 연극 '해무'에서는 악역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오로지 연극 한 길만을 걸어온 그는 지난해 말에는 청년극단 '마인'을 설립해, 연극배우를 꿈꾸는 또래 또는 후배들과 함께 창작작품을 만들고 있다. 올 연말에는 수성아트피아의 연극 열전에도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개성파 배우로 우뚝 설 겁니다. 만취한 연기, 잔인한 악역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어차피 해결 안 될 문제잖아요"
뮤지컬'연극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적어도 '자발적 열정페이'에 뛰어든 청춘들이다. 청년실업 대란을 이용해 기업이나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청춘의 열정을 강요하며, 쥐꼬리만 한 보수를 주는 '비자발적 열정페이'와는 확실히 성격이 다르다. 스스로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마음만은 그야말로 부자다.
2010년 본격적으로 연극배우의 길로 접어든 이재남 씨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청년실업이 심각한 이 나라가 원망스럽지만 저는 낙천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오전에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50만원이 수입의 전부지만 그 외 시간에는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재명 씨는 3년 전 결혼을 했음에도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음향을 전공한 아내 역시 가난한 예술인 남편을 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어차피 해결 안 될 문제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오전에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아내도 제가 연극배우로 성공하길 응원해 줍니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도 단역배우로 출연하고 싶어요. 제 아내를 위해 가슴 뭉클한 성공담을 들려 드릴게요."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연극이 좋아 결혼까지 미루고 있는 조성준 씨는 2011년부터 다른 길을 생각지 않고, 오직 연극에만 매달리고 있다. 물론 돈벌이를 위해 연기학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학원생들을 가르치면서, 제 스스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무대 경험도 적을뿐더러 연기 내공도 부족했죠. 차라리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역 연극판에서 배우와 스태프로 일했을 때가 더 행복했습니다. 예술인들이 먹고사는 걱정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는 조그만 토대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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