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 정부 요구에 노조 반발에…눈치보는 공공기관

입력 2015-08-06 01:00:01

대구경북 공공기관마다
대구경북 공공기관마다 '임금피크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김천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사옥.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도 시행될 정년연장 시행에 따른 청년들의 고용절벽을 완화하기 위한 절박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년연장이 법으로 의무화되는 상황에서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기업의 이익만 늘려주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이 정작 자신들은 제외해놓고 공기업과 공공기관, 민간기업에만 임금피크제라는 고통분담을 안기는 등 형평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왜 하나?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 시행을 독려하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정년연장제 때문이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남에 따라 청년고용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될 수 있어, 공공기관들에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정년퇴직자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청년고용 상황이 더욱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시점에서 정년연장은 청년 취업 대란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부의 제재가 미치는 공공기관부터 조이고 나섰다. 임금피크제를 빨리 도입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평가 가산점 부여라는 당근책을, 제때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강력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안을 제시해 놓은 것이다.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향후 2년 동안 8천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 28만여 명 가운데 매년 정년퇴직하는 인원이 4천여 명에 달해 임금피크제로 그만큼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면 도입'시행까지 가시밭길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구경북 공공기관에도 '시행 명령'이 내려왔다. 하지만 경북도 산하 공기업을 비롯해 김천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부안이다 보니 당장 시행계획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노조의 반발이 워낙 강해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망만 하고 있는 것.

경북도 내 공기업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임금을 깎는 것인데 이 방안을 놓고 노조와 협상하라고 하니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면서 "정년 60세인 공무원들은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은 채 정년을 보장받고 공기업과 공공기관에만 임금 하락 고통을 감내하라는 처사와 다를 바 없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다"면서 "임금피크제 강행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데, 정부가 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는 감독관도 있다"고 전했다.

김천 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도 "사측도 노조도 정부 방침이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도내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노조와의 협상을 거쳐 9월 말까지는 임금피크제 시행계획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9월 말까지 행정자치부에 임금피크제 시행계획안을 마련해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도내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노사 협상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조기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어서 도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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