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때 선재는 잊으세요 이번엔 재벌 3세 악역
배우 유아인(29)이 달라졌다. 드라마 '밀회' 속 이선재는 없다. 이제껏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다른 연기를 펼친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 속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다. 유아독존 안하무인 태오를 쫓는 광역수사대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인 이 영화에서, 유아인은 철저하게 악역을 담당한다.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기에 조금은 고민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유아인은 "악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말 안 듣는 악동 이미지가 있으니, 또래 다른 배우들보다 이 역할을 쉽게 맡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30대로 넘어가는 찰나에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아요. 조태오는 내 30대의 포문을 열어도 될 법한 캐릭터잖아요. 이미지는 고려하지 않느냐고요? 사실 제가 그리 착한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하하."
유아인은 20분이 지나야 등장한다. 베테랑 광역형사들이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에, 극악무도한 조태오가 끼어든다. 강렬하고 섬뜩하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다.
"저도 영화를 처음 보며 내가 언제 나올까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이제까지 참여한 작품 중 제일 긴장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저조차 처음 보는 얼굴과 목소리니깐 '이 모습이 어떻게 관객에게 느껴질까?', '이질적이진 않을까?' 우려스러웠죠. 특히 전작이 '밀회'인데 제가 아무리 악동 이미지가 있어도 그 드라마를 통해 관객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확 바뀐 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걱정스럽긴 해요. 바라는 건 어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베테랑'에 합류한 이유는 류승완 감독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사석에서 만난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저 주시려고요?'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악역인데…'라고 조심스러워하셨죠. 그러면서 감독님 작품인 '부당거래' 이야기를 했어요. 관객이 현실 앞에 굴복하는 듯한 갑갑함을 이야기해 비슷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방향성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하셨죠. 무슨 영화를 만들려는지 알겠다 싶더라고요. 출연하고 싶다고 바로 말씀 드렸죠."
유아인은 "사실 내 첫 장면이 룸살롱에 앉아 있는 재벌 3세라 클리셰(cliche, 진부한 표현)가 떠오르긴 했지만, '감독님이 날 선택한 이유가 있겠지? 그 지점을 찾아 극대화시켜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신인 감독님이었다면, 조태오는 체크하고 점검을 많이 해봐야 할 캐릭터이긴 하지만 류승완 감독님이니 고민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베테랑'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법원에서 '베테랑' 거의 마지막 장면을 찍는데 식당 아주머니들이 '아이고, 선재가 결국 간통으로 잡혀간다'고 하셨대요. '밀회' 방송에서 제가 궁지에 몰렸을 상황이었거든요. 현장에서 다들 웃었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죠? 하하."
'선' 황정민과 맞서 '악'으로 대결을 펼쳐야 했던 호흡은 사실 부담스러웠다. 상대적으로 유해진과의 연기는 편했다.
"황정민 선배가 기를 쓰고 쫓아오는데 또 나 역시 잡히지 않는 악역을 맡아 아주 팽팽하고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내야 했기 때문에 긴장했어요. 그래도 황정민 선배의 존재는 류승완 감독님이 계신 것만큼 든든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유해진 선배는 막 대해야 하니 힘들지 않았느냐고요? 선배님이 편하게 해주셨어요. 사실 편하게 안 해주셨어도 뻔뻔스럽게 하긴 했을 텐데…연기니까요. 하하. 쭈뼛거려봤자 서로 피해를 보는 거예요. 선배님들은 항상 편하고 많이 봐주세요. 다들 베테랑이시니까요."
'베테랑'에는 돈과 권력으로 얽힌 부패와 비리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뉴스에서 흔히 보던 장면들도 꽤 있다. 유아인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배우들이나 감독들 모두 이 시대를,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세상사에 관심이 많죠. 뭐가 거짓말이고 진실인지 항상 촉이 서 있어요. 우리 영화 속 이야기는 안 좋은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죠. 정확히 누구 이야기라고 지칭할 순 없지만 '재벌 3세가 안 좋은 쪽으로 가면 사회 면에 나올 수 있다' 정도로 이해했어요. 하지만 잘못을 해도 누군가에게 대신 책임 물리려는 사람들은, 굳이 신문 사회 면을 찾지 않아도 태오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많은 혜택과 과한 친절과 사랑 속에서 눈 감고 스르르 흘러가면 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유아인은 과거 SNS 등을 통해 논란이 된 발언도 꽤 많았다. 요즘은 무뎌진 것 같다. 그는 "날이 더 날카로워졌지만 잘 숨길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어렸을 때는 내지르고 싶고 휘두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둔탁한 날이었다. 지금은 그 날을 집에 숨기고 있다. 하지만 더 선명하고 날카로워진 건 맞다"고 했다.
"나이 들면서 불쌍해지는 게 아닐까 해요. 눈치 안 보고 살아야 한다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런 말 해도 될까?'라는 생각은 배우만 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숙명이니까요. 잘 숨기고 꺼내야 할 때 꺼내야 하는 것 같아요."
유아인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주목받고 싶은 바람이다.
"연기하는 동안에는 아주 희소성이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연기와 색깔, 스타일이 있는 배우요. 30대 때는 그걸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더 많은 작품 출연 기회가 있을 테니까요. 연기 충실히 하고 군대도 때가 되면 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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