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실버 의료' 대전환…노인 76만명, 노인·재활 의료 수요 충분

입력 2015-08-05 01:00:00

대구 중구 동산동 현 부지를 노인질환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동산병원 전경.
대구 중구 동산동 현 부지를 노인질환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동산병원 전경.
대구 남구 대명동 통합의료진흥원에는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통합 치유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구 남구 대명동 통합의료진흥원에는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통합 치유 시스템을 도입하는 '전인병원'이 들어선다. 통합의료진흥원 모습.

대구경북 대형 의료기관들이 노인'만성질환과 재활 치료 분야에 뛰어드는 바탕에는 환자 수요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다. 급속하게 진행 중인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 및 재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대구의 노인 인구는 3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3%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비율도 올해 20.2%에서 2030년에는 37.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경상북도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45만6천 명으로 전체 인구 중 17.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대형 의료기관들은 변신을 준비 중이다. 양'한방 협진을 통해 암과 난치성 질환의 치료와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문을 열고, 노인'장애인의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국책병원 유치가 가시화하고 있다. 대구 도심 한복판에 상급종합병원이 운영하는 노인전문질환센터가 들어설 가능성도 생겼다.

◆동산병원 이전터, 노인질환센터 전환 검토

오는 2017년 계명대 성서캠퍼스 내로 이전 예정인 동산병원은 중구에 남는 기존 병원을 노인질환전문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동산병원은 지난해 의료기관 전문컨설팅업체인 삼정KPMG에 동산동 부지 운영 전략과 새 병원 특성화 전략, 진료 시스템 정비 방안 등에 대해 컨설팅을 의뢰했다. 삼정KPMG 측은 활용 방안으로 동산동에는 300병상 규모의 병원과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등 응급의료 분야를 남기고, 새 병원은 전문 질환 중심 병원으로 변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혈관'뇌혈관센터와 신장센터, 로봇수술센터, 암센터 등 강점을 지닌 전문질환센터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병원에는 건강검진센터를 확대하고 노인질환전문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건강관리 수준에 머물던 기존 요양병원과 달리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병원 부지 중앙에 자리 잡은 노후화된 주차빌딩을 철거해 잔디밭 등 힐링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

센터는 건강검진과 치료, 재활 서비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콤플렉스 형태로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동산동에 남는 기존 병원은 2차 의료기관이 되고, 성서캠퍼스의 새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기존 병원에 노인 관련 질환 센터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위상에 맞지 않고, 병원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서 다양한 내부 여론과 향후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권 재활종합병원 들어설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8년 재활치료 활성화 및 전국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국립재활원 수준의 권역별 재활종합병원 설립 추진에 나섰다. 복지부는 같은 해 경인, 강원, 대전, 영남, 호남, 제주의 6개 권역에 150병상 이상의 재활병원 건립을 최종 승인했다. 당시 모두 1천720억원의 정부 재정이 투입됐다.

하지만 대구경북 경우 영남권 재활병원이 부산(양산부산대병원)에 건립되는 바람에 지역 장애인들이 그동안 재활과 관련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대구경북권 등 전국 2곳에 추가로 재활병원을 짓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경산시 대동 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역 인근에 장애인 재활치료 중심병원 건립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사업이 최종 선정되면 2018년까지 총사업비 270억원이 투입돼 경산시 일원에 지하 1층'지상 4층, 150병상 규모의 재활병원이 들어선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에 재활병원 설계비 10억원이 배정됐으며, 2018년 12월 개원할 때까지 연차적으로 국비가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운영은 경북대병원이 맡기로 하고, 오는 12월 중 도와 경북대병원이 재활병원 위탁운영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경북대병원은 이곳에 신경재활센터, 척추'관절재활센터, 통증재활센터, 스포츠재활센터, 장애인노화방지센터, 소아마비후증후군센터 등을 특화해 운영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늦어도 내달 말쯤 두 곳의 권역별 재활병원 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전국 6곳의 재활병원 전체 병상 수가 923병상으로, 병상당 장애인구 수가 경인권(6천958명) 다음으로 영남권(4천558명)이 많아 대구경북권 재활병원 건립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적극 치료하는 완화의료기관 들어서

다음 달 10일 대구 남구 대명동 통합의료진흥원에 문을 여는 전인병원은 양'한방 통합의료기관이다. 미국 뉴욕의 갈바리병원(NewYork Calvary hospital)이 모델로 중증 암이나 만성질환 환자들의 통증 관리에 그치지 않고, 치료와 심리'사회적인 치유까지 제공하는 방식이다. 130병상에 외과와 혈액종양내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한방내과 등을 갖출 예정. 특히 양방과 한방의 협진 체계를 통해 양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진단과 치료를 상의해 최적의 통합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협진 차원을 넘어 통합의료연구 결과를 반영해 환자들의 임상에 적용할 방침. 양방은 환자의 질환 자체를 치료하고, 한방은 질환과 관련된 몸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를 제공한다. 환자의 질병 내력과 가족력,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를 위해 통합의료진흥원은 갈바리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양의사 4명과 한의사 1명 등을 연수 보냈다. 다만 양'한방 의사가 법적으로 동일한 공간에서 진료를 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환자가 이동하면서 진료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요'공급 균형을 파악한 뒤 200병상 규모로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까지 진료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손기철 통합의료진흥원 센터장은 "고령화시대에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는 양'한방 통합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양약과 한약을 병용 투여하고, 보완대체의료를 추가해 난치성 환자의 치유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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