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 고교생, 호국 현장 찾아 더위 잊고 앞날 모색하다

입력 2015-08-03 01:00:01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가 지난달 29~31일 대구 남녀 고교생과 '낙동강 방어선 전투 현장 탐방' 행사를 가졌다. 129명이 참가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처음 가진 행사였다. 메르스 여파 속 단기간 모집에 139명이 참가를 신청할 만큼 예상 밖 뜨거운 반응이었다.

이번 탐방에서는 6'25 남침 전쟁 상흔을 간직한 낙동강 방어선 전투 현장 15곳을 찾았다. 영천 신녕지구전승비와 호국 영령을 모신 영천 호국원, 경주 안강지구전승비, 포항 해병1사단 등이다. 전투 현장 방문을 통해 잊고 지냈던 호국 선열의 활동을 되새겼다. 저녁에는 학생 신분으로 참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 학도의용군 할아버지와 '전쟁 세대와의 대화'도 가졌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었지만 자신과 같은 또래에 전쟁터를 누빈 생생한 경험담이라 더욱 가슴에 와 닿았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과의 대화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유와 나라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특히 이번 첫 탐방에는 장래 경찰과 군인의 길을 가려는 꿈을 가진 학생도 동행해 남다른 각오를 다질 기회를 가졌다. 여군 지망의 한 여학생은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와 함께한 뒤 "전쟁 흔적을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학생은 나라 역사를 둘러보려고 신청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탐방 현장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나라, 한국의 정체성을 찾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부모와 학교에서 듣고 배운 역사적 사실을 현장 학습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 탐방은 호국 역사 현장의 '진화'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호국 영령을 기리는 의례적 방문에서 벗어나 자신이 택한 진로에 의미를 주고 새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가 학생 모두 또래와의 경험 공유로 소속감과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이번 탐방은 전국에서 경북에 가장 많은 호국 보훈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호국 영령과의 말 없는 대화로 자신의 진로까지 모색하는 교육 현장으로 말이다. 내년부터 참여 폭을 좀 더 넓히고 보다 다양한 호국 보훈 시설의 활용도 고민하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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