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를 둘러싼 다툼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31일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 일가의 가족회의가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택에서 열렸다. 이날은 신 총괄회장의 부친인 신진수씨의 제삿날이기도 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제외한 롯데가 사람들이 대부분 모였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씨가 30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도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주목을 받은 사람은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이었다. 신 사장은 이날 가족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신 총괄회장은 오래전부터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로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이날 오후 7시쯤 선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성북동 신 전 부회장 자택을 찾았다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국 롯데를 신 전 부회장이 모두 운영해야 하는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쨌든 최종 경영자는 장남"이라고 못박았다. 신 사장은 이어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 역시 신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은 최근 1년간 본인이 전혀 모른는 내용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 격분했다"며 "동빈이 의사에 따라서 그렇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총괄회장은 '내가 총괄회장인데 그런 지시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대여섯번을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이 아들 신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신 사장은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한 것과 관련해서도 "도덕적으로 이상한 짓"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신 회장을 제외하고 경영권 분쟁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롯데 일가 구성원들이 속속 모이면서 이날 제사를 전후로 어떤 의견을 교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선호 사장의 말처럼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이 신뢰할만한 수준이고 그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여기고 있다면 이번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여겨졌던 신 회장이 수세에 몰릴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국 롯데그룹은 물론 일본 롯데홀딩스마저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인데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여 이번 분쟁을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병고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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